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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91016439
· 쪽수 : 448쪽
책 소개
목차
국경을 넘어서 7
인도에 유배되다 24
기차역과 궁전 39
랍비가 우파니샤드를 노래하다 58
마오 위원장의 백화제방 74
중국의 사상 92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에서의 추억 105
크로이소스의 행복과 불행 118
전투의 끝 130
신의 기원에 대하여 142
이슬람 사원 첨탑에서 바라본 풍경 156
암스트롱의 콘서트 168
조피로스의 얼굴 181
토끼 194
죽은 왕들과 잊혀버린 신들 속에서 209
히스티아이오스의 머리에 경배를 223
닥터 랑케의 병원에서 237
그리스인의 서술 방법 251
들개들과 새들이 물어뜯기 전에 265
크세르크세스 281
아테네의 맹세 295
시간은 사라지고 308
사막과 바다 320
닻 331
검은 것은 아름답다 344
광기와 분별이 교차하는 장면들 357
헤로도토스의 발견 369
우리는 지금 빛으로 둘러싸인 채 어둠 속에 서 있다 383
옮긴이 해설
2천5백 년의 동행 399
작가연보 441
책속에서
헤로도토스의 저술에서는 증오나 분노의 감정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는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며, 만약 누군가가 이런 행동을 하고, 저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 근거와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든 밝혀내고,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는 결코 개별적인 인간을 비난하지 않았다. 그가 나무라고, 비판한 것은 시스템이었다. 인간이 천성적으로 타락하고, 사악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속한 사회제도에서 잘못을 찾고자 했다.
그런 의미에서 헤로도토스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열렬한 옹호자이자 권위주의와 독재정치, 폭정에 항거하는 투사이기도 했다. 그는 인간이 민주주의 제도 속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존엄하게 살 수 있으며, 인간다움을 간직할 수 있다고 믿었다. 헤로도토스는 이야기한다. 소국가들로 이루어진 조그만 나라 그리스가 동양의 거대한 세력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인들이 자유를 누리고 있었으며, 그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모든 것을 기꺼이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헤로도토스의 책은 여행을 통해 탄생했다. 그러므로 『역사』는 세계문학사에서 첫 번째로 기록될 위대한 르포르타주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천성적으로 기자로서의 본능, 기자로서의 눈과 귀를 갖고 있었다. 지질 출 모르는 인내와 끈기의 소유자였던 헤로도토스는 바다를 건너고, 대초원을 횡단하고, 사막을 가로지르면서 우리에게 모든 정보를 남겨주었다. 그가 보여준 불굴의 의지력은 놀라울 따름이다. 그는 단 한 번도 피로를 호소한 적이 없으며, 그 무엇도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고,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두려움도 모르고, 굴복할 줄도 몰랐던 한 인간으로 하여금 이토록 거대한 모험을 시작할 수 있게 이끌어준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우리 현대인들이 오래 전에 상실한 낙천적인 믿음이 아니었을까 한다. 세상을 기록할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 말이다.
시간이 흐르고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몰두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는 헤로도토스에게 점차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고, 나아가 우정 어린 감정까지 갖게 되었다.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저자에 대한 애착도 커져만 갔다. 이것은 말이나 글로는 형언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었는데, 굳이 설명하자면,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어떤 인물에게 품는 막연한 연대감 같은 것이었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혹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통해 우리를 자연스럽게 매료시키는 인물,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공동체의 구심점이 되고, 모두를 하나로 융합시키는 불씨가 되는 그런 인물과 점차 가까워지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