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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조선사 > 조선후기(영조~순종)
· ISBN : 9788991221970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2-02-29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 조선으로/ 2. 부산/ 3. 지방 도시/ 4. 황해를 지나/ 5. 제물포/ 6. 한강에서
7. 강화에서 서울로/ 8. 수도 서울/ 9. 왕과 조정/ 10. 왕비와 왕실/ 11. 조선 왕의 장례식
12. 중국 황제의 사신단/ 13. 규율 없는 군대/ 14. 정치사회적 상황/ 15. 조선인의 오락
16. 조선의 경축일/ 17. 서울 산책/ 18. 여성들의 삶/ 19. 교육제도와 지리인식/ 20. 종교관
21. 조선의 치료약과 병자 간호/ 22. 장례의식과 조상숭배/ 23. 재판절차, 감옥 그리고 고문
24. 조선의 독특한 점들/ 25. 조선의 유럽인/ 26. 제물포 나들이/ 27. 조선 팔도/ 28. 산업
29. 토산품/ 30. 러시아의 관심과 원산/ 31. 조선의 대외 교역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어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른 곳에서는 통 볼 기회가 없던 아녀자들 20명가량과 마주쳤다. 얼굴 생김새를 보면 일본 여인이었지만, 나는 일본에서 그렇게 체격이 장대하고 건강하며 햇볕에 피부를 그을린 아가씨들을 본 적이 없다. 모두 스무 살이 안 되어 보였다. 노출된 풍만한 가슴과 옆이 터진 짧은 치마를 입은 모습이 강렬하고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누군가 나에게 해녀들이라고 알려주었다. 부산의 주요 무역 품목 중 하나는 진주조개다. 조선인은 아주 딱딱한 조개도 날것으로 먹거나 햇볕에 말린다. 말린 조개는 일본이나 중국에 가면 아주 고가에 판매되는 진미다. (…) 잠시 후 나는 돌아오는 길에 입과 손은 물론 발가락 사이에도 조개를 끼우고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여자들을 보았다! 세상 그 어느 곳에도 부산의 이 아가씨들보다 더 잘 훈련된 해녀는 없을 것이다.
수도 서울과 이 나라에서 가장 큰 항구인 제물포 사이에도 차가 다닐 만한 도로가 없고, 거세게 흐르는 넓은 한강의 지류에는 다리도 없다. 사람들이 걸어서 건널 수 있는 작은 강에만 다리가 있고, 정작 필요한 곳에는 다리가 없다. 게다가 조선에는 독특한 풍속이 있는데, 홍수가 지는 계절에 다리를 허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리가 물에 휩쓸려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강가의 높은 지대에 다리 만들 재료를 쌓아놓고, 큰물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사람들이 강을 걸어서 건널 수 있을 때쯤, 다리도 다시 세워진다. 이는 따라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도인데, 왜냐하면 이렇게 해서 지방의 고관들은 많은 돈을 절약하기 때문이다. 서울과 제물포를 오가는 외교관과 조선의 고관들은 보통 네 명에서 여섯 명의 힘 좋은 조선인들이 운반하는 의자(가마)를 타고 다닌다.
나는 호기심에 차서 지켜보는 한 무리의 조선인들을 헤치고 방향을 바꿔 도시로 직접 연결된 훌륭하고 넓은 들판 길로 들어섰다. 내 뒤로 하얀 평상복을 입고, 가운데 가르마로 길게 머리를 땋은 수줍은 소년들 한 무리가 따라왔다. 부산과 제물포에서 본 대부분의 여자들은 흰옷만 입고 있었는데, 이곳의 마당과 들판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주로 빨간 치마와 파란 상의를 입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본 바로는 이곳의 땅이란 땅은 모두 경작되고 있는 것 같았다. 작물은 쌀, 보리, 수수, 옥수수, 담배, 순무 등이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소중히 여겨지는 작은 들판에서 경작되고 있었다. 사이사이에 호두나무나 내가 잘 모르는 과실수들이 있었다. 악평을 듣는 나라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