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링

1장 페르소나
2장 그림자

걸쭉한 검붉은 물에 짙은 갈색 피부와 하얀 지방이 떠 있었다.
24세의 여자는 욕조 안에서 녹아 버렸다.
옆에는 스미노프, 교게쓰. 바닥에는 아모반. 여자는 술과 수면제를 먹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욕조 바닥에는 휴대전화가 떨어져 있었다.
여자는 마지막에 누구에게 무엇을 알리려 했을까? 그 대답을 알 수 있을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여자와 함께 휴대전화도 죽어 고요히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옷장 안은 젊은 여성의 향기로 가득했다.
살아 있을 적의 그녀는 식물처럼 좋은 냄새를 풍겼다.
그것이 끝내는 누구나 얼굴을 돌리는, 악취 풍기는 썩은 살이 되고 말았다.

여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친구가 있고, 어떤 사람과 사귀고 있었을까?
그녀의 ‘인생’이라는 태피스트리는 마지막에 너무도 무참한 그림을 그리고 말았다.

딱 한 군데라도, 다른 모양으로 짜였다면 여자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딱 한 가지, 다른 색이 들어갔다면 전혀 다른 모양으로 완성되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수십 년이나 긴 세월에 걸쳐 짜일, 장대한 태피스트리로.

왜 그녀는 욕조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을까?
여자의 죽음을 추모하며, 그 배경을 알고 싶어 하면서도 나는 눈을 감는다.
내일은 다시 다른 시체와 마주하게 될 것이므로. - p.33~35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