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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1972070
· 쪽수 : 405쪽
· 출판일 : 2007-12-31
책 소개
목차
서문
Chapter 1. 완전한 과거
Chapter 2. 내 어머니의 초상
Chapter 3. 내 삼촌의 초상
Chapter 4. 나의 영어 교육
Chapter 5. 마드무아젤 오
Chapter 6. 나비들
Chapter 7. 콜레트
Chapter 8. 환등 슬라이드
Chapter 9. 나의 러시아어 교육
Chapter 10. 개막극
Chapter 11. 첫 시
Chapter 12. 타마라
Chapter 13. 트리니티 골목의 기숙사
Chapter 14. 망명
Chapter 15. 정원들과 공원들
작가 연보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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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고백하건대, 나는 시간을 믿지 않는다. 나는 내 마법의 융단을 사용한 뒤에, 한 부분과 다른 부분의 무늬가 겹쳐지도록 접어 두는 것을 좋아한다. 방문객들로 하여금 여행하도록 하라. 이때에 아무렇게나 골라진 풍경처럼 시간이 없는 상태로부터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즐거움이란, 마치 내가 드문 종의 나비들이나 그들의 먹이 동산 한가운데 서 있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다. 그것은 무아경이다. 그리고 이 무아경의 뒤엔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이는 마치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달려 들어가고 있는 순간적인 진공과도 같다. 태양과 돌과 하나가 되는 느낌. 대위법의 천재인 인간의 운명이든, 운 좋은 죽은 자의 비위를 맞추는 상냥한 운명이든, 관계하고 있는 자가 누구이든 그에게로 향하고 있는 자릿한 감사. - 본문 중에서
훗날 나의 철학적 친구가 되어 준 비비언 블러드마크가 종종 말하길, 과학자들은 공간의 한 지점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살피는 반면 시인들은 시간의 한 지점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느낀다고 했다. 그가 생각에 잠긴 채 마술지팡이처럼 생긴 제 연필을 무릎에 대고 두드릴 때, 동시에 차 한 대(뉴욕 면허판을 단)는 길을 따라 달리고, 한 아이는 이웃집 현관의 방충망 처진 문을 두드리고, 어느 노인은 안개 낀 투르키스탄의 과수원에서 하품을 하고, 잿빛의 모래 알갱이는 금성의 바람에 쓸려 굴러가고, 그르노블의 자크 히르슈 박사는 독서 안경을 끼는 등 이처럼 사소한 일들이 수조 개만큼 일어나는 것인데, 이 모든 일들은 즉각적이면서도 투명한 사건의 유기체를 형성하는 것이며, 이 유기체의 핵이 바로 시인이다(그는 뉴욕 이타카의 잔디밭에 놓인 의자 위에 앉아 있다). - 본문 265~266쪽, 11장 '첫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