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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2036016
· 쪽수 : 552쪽
· 출판일 : 2010-02-09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라? 요코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동안,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어쩐지 요코와 꼭 닮은 다른 사람이 찍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볼수록, 어딘지 아귀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분명히 같은 얼굴이지만, 그래도 어딘가 미묘하게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감고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건가? 아니면, 다시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역시 결혼해서 얼굴이 달라진 건가? 린타로는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으로 요코와 만난 것이 언제였더라? 곧바로 기억나지 않아서 속이 탔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 발짝, 두 발짝 뒤로 물러선다. 시험 삼아 양 옆에 있는 사진과 비교해 보았다. 전염된 것인지, 요코뿐만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남의 얼굴에서도 아귀가 맞지 않는 듯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아주 잠시 망막이 뒤집어진 것 같은 감각에 사로잡혔지만, 거의 동시에 위화감의 원인을 알아챘다.
“뭐야, 그런 거였군.” 다시 한 번 요코의 사진을 확인하고 린타로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막상 알아채고 나면 왜 몰랐던 것인지 어이없을 정도로 사소한 트릭이었다.
“눈치채셨어요?”
그의 독백에 답하듯 누군가가 뒤에서 속삭였다. 깜짝 놀라 돌아보자, 젊은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물론 사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이다.
린타로가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자, 여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련된 캐미솔 드레스와 하얀 레이스 숄 차림에, 목덜미까지 오는 자연스러운 검은 머리가 낯익었다. 조금 전 요코의 사진 앞을 지나쳤을 때 뒷모습만 슬쩍 보았던 여성 관람객이었다. 계란형의 작은 얼굴에 뚜렷하게 쌍꺼풀이 진 눈, 오뚝한 코,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한 매력적인 입술 위로는 립글로스가 반짝이고 있었다. 볼에서 턱까지 이어진 라인에는 군더더기라고는 전혀 없어서, 척 보기에도 어른스럽고 심지가 굳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피부 상태로 보아하니 스무 살 정도 되었을까.
모델 뺨치는 그녀의 외모에 약간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며, 린타로는 숨을 들이쉰 다음 여자의 물음에 긍정의 제스처를 취했다. 그녀가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전날 밤을 샌 초췌한 30대 남자가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을 얼마나 오래 지켜보고 있었던 걸까? ‘외출하기 전에 옷을 갈아입고 오길 잘했군.’ 그런 생각을 하며, 린타로는 천천히 요코의 사진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셔츠 단추 구멍이 오른쪽에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남자 옷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라 필름을 뒤집어서 현상한 것 같군요. 옆에 있는 이 사진도 그렇고, 저쪽 사진도 마찬가지네요. 그러니까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