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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2362726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1부
아버지 -소설가 황순원 / 황동규ː17
아버지의 박꽃을 그리며 -아동문학가 마해송 / 마종기ː32
두 가지 화두 -시조시인 조정현 / 조정래ː39
'반달'과 함께 영원히 살아 있을 -아동문학가 윤극영 / 이향지ː45
만득(晩得)의 외아들보다 사랑한 시조 -시조시인 이태극 / 이숭원ː52
극단의 실험정신을 물려준 아버지 -시인 성찬경 / 성기완ː60
아버지가 지금, 책상 앞에 앉아 계신다 -소설가 한승원 / 한강ː68
그림자조차 없는 무의 존재가 남긴 그늘 -소설가 이무영 / 이미림ː77
2부
아버지의 뇌출혈과 '성북동 비둘기'-시인 김광섭 / 김금옥ː87
외로움을 벗삼아 -문학평론가 이헌구 / 이재복ː95
지극히 평범하고 따뜻한 가장 -소설가 유진오 / 유완ː100
성과 속의 경계에서 푸른 침묵으로 살다 -시인 김달진 / 김구슬ː105
일생을 한국문학 일본 소개에 바친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친일 반민족 인사(?)’ -시인 김소운 / 김인범 ː112
아내에게 들은 장인 이야기 -시인 신석정 / 최승범ː119
꽃과 음악, 영화를 사랑했던 소설가 -소설가 이효석 / 이나미ː126
먼 옛 조상과 먼 훗 자손과의 거룩하고 아득한 슬픔 -문학평론가 백철 / 백지혜ː132
청마의 사랑이야기 “사랑하는 것은 사랑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시인 유치환 / 김기성ː139
웅대하고 치밀한 추리소설, 비논리적이고 어눌한 삶 -소설가 김내성 / 김세헌ː146
납부금 내지 않은 졸업생에게 보내온 구주(九州)대학졸업장 -문학평론가 김환태 / 김영진ː153
아버님의 추억 -소설가 정한숙 / 정지태ː161
장남을 위해 만든 천 명이 한 자씩 쓴 ‘천자문’ -소설가 박태원 / 박일영ː171
3부
아버지는 지금도 살아 계신다 / 신달자ː179
아버님과 스크랩북 / 신대철ː188
아, 아버지 / 박범신ː197
아버지의 명함 한 장 / 최동호ː204
빈 들판에 선 한 그루 고목 / 정호승ː210
아버지, 내 순결의 영웅 / 김정란ː217
아버지의 유서 / 이인성ː225
평생의 긴장, 평생의 예민함 / 서하진ː234
시로 쓴 나의 아버지 / 이승하ː125
내 인생의 나침반 / 공지영ː240
아버님 전상서 / 공선옥ː254
거기서 거기, 그 아득한 거리 / 정지아ː261
아버지 손도 따뜻했다 / 장철문ː267
아버지의 담배 / 곽효환ː275
나의 기원, 그의 연애 / 김애란ː281
책속에서
▶시인 황동규 - 아버지 소설가 황순원
아버님은 적어도 나보다는 훨씬 자상한 아버지셨다. 회현동에 살 때 도둑이 심해 내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처음으로 자랑스럽게 해 입은 양복과 당시 내 음악의 원천이어서 그야말로 애지중지했던 제니스 라디오까지 도둑맞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수리 관계로 부모님과 동생들이 이층에서 자고 나 혼자 아래층에서 잔 일이 있었다. 잠자다가 깨어보니 머리맡에 인기척이 확실히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놀라 소리를 질렀더니 아버님이 이층에서 소리 지르시며 내려오시면서 방 유리를 깨셨다. 아버님이 내려오셨을 때는 이미 앞문이 열린 채 도둑은 도주한 뒤였고 아버님 손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내가 무엇이든 또 앞으로 무엇이 되든, 아버님에게서 받은 것이 많은 것은 틀림없다. 지금 눈을 들어 책장을 보니 책 정리를 잘 안 하는 습관도 그대로 물려받아 내가 더 불려놓았다. 그런데 마음에 주로 떠오르는 아버님의 모습이 시간적으로 가까운 만년의 모습보다는 지금 내 나이보다 훨씬 더 젊은 한창 때 모습인 것은 무엇 때문일까? - 황동규 '아버지 -소설가 황순원' 중에서
▶소설가 조정래와 아버지 시조시인 조종현
우리의 독립운동사에 ‘만당(卍黨)’이라는 비밀독립운동 단체가 기록되어 있다. 그건 만해 선생을 총재로 해서 승려 3백여 명이 뭉친 조직체였다. 아버지는 거기의 재무위원이었다.
고은 선생이 쓴 ?한용운 평전?에는 심우장을 찾아든 제자들 중의 한 사람으로 조종현을 적고 있다. 그리고, 만해 선생이 돌아가셨을 때, 요주의 인물들에 대한 공개 장례식을 엄금하는 총독부령에 따라 부고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만해 선생의 장례를 치른 사람은 열서넛에 지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의 이름 속에 조종현이 들어 있다.(중략)
절에서 태어났다는 나의 약력을 보고 많은 독자들이 의아해 하고 궁금해 한다. 그건 아버지가 땡초였기 때문이 아니다. 일본은 식민지 조선에서 종교마저도 황국화했다. 승려들을 일본식으로 결혼을 시켜 대처승으로 만든 것이다. 아버지는 그 포망에 걸려 스물여덟 나이에 선암사에서 결혼식을 올린 최초의 승려가 되어야 했다. 나는 그렇게 태어났고, 일본의 은혜에 감사하듯 <아리랑>을 썼다. 인생살이는 이렇듯 얄궂고, 미묘하다. - 조정래 '두 가지 화두 -시조시인 조정현' 중에서
▶ '성북동 비둘기' 이산 김광섭의 뇌출혈
그날 밤부터 작은 숙부님이 아버지께 그 이름 모를 한약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나는 병실 입구에서 속칭 ‘망’이라는 것을 보았다. 의사가 회진을 한다든지 간호사가 들어올라치면 조금 시간을 벌면서 한약을 감추곤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창문으로 어슴푸레하게 날이 밝아왔다. 한약병은 거의 비워 있었고 작은 숙부님과 나는 탈진상태에 이르렀다.
그 이름 모를 한약의 효과였을까? 아버지의 얼굴에 점차로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나는 긴급하게 의사를 불렀다. 기적적으로 병세가 호전되고 있었다. 계속 낮았던 혈압이 점차로 상승했고 긴장이 풀리면서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중략)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그러던 중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펜을 든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예전에 비해 기력은 좀 떨어져 보였지만 단아하게 앉아서 원고지 앞에 펜을 든 아버지의 모습은 그 어떤 때보다 활기에 차 있었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그 당시에 집필한 시작품이 아버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성북동 비둘기'이다. - 김금옥 '아버지의 뇌출혈과 '성북동 비둘기'-시인 김광섭'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