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사 일반
· ISBN : 9788992409230
· 쪽수 : 495쪽
책 소개
목차
저자서문
역사법정, 재판은 시작됐다
제 1법정 김유신
제 2법정 신돈
제 3법정 어우동
제 4법정 임꺽정
제 5법정 광해군
제 6법정 박정희
여론조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박종홍은 재삼 감사하며 질문을 마쳤고, 장준하가 묘한 눈빛을 띠고 정주영에게 다가왔다.
“저도 말로만 듣던 ‘왕회장’님을 직접 뵙게 되니 기분이 묘하군요. 저는 두 가지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박정희 시대의 개발, 그것이 과연 유효적절한 것이었나, 그리고 그 개발은 누구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었는가, 입니다.”
“……?”
……중략……
정주영은 얼굴을 붉히며 뚜렷이 화난 표정을 지었다.
“이거 보쇼. 당신도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일 텐데 어찌 그리 보는 눈이 삐딱한가? 박대통령은 기업에서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지도 않고, 친한 사람들을 밀어주지도 않았소. 나만 해도 박대통령과 무슨 연고가 있습니까? 정부가 기업을 밀어주고 끌어준 건 물론 있지. 하지만 그것은 국내기업의 힘을 키워서 국가이익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지, 박대통령과 기업들 사이에 사적인 유착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오. ‘유착’이 아니라 ‘협조’였소.”
“그럴까요? 하지만 실제로 정경유착이 박정희 시대의 산물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반드시 사실은 아니지. 그리고 방금 당신이 경부고속도로를 폄하했는데, 물론 예상보다 보수비용이 많이 들었던 건 사실이오. 하지만 도무지 처음 하는 공사 아니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냈다면 그게 이상한 거지.”
“처음부터 잘 할 수야 없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애초에 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겠죠.” - p.422~423 중에서
어우동의 눈이 한차례 반짝 빛났다. 입술은 묘한 웃음을 띠었다.
“저는 구멍이지요.”
“구멍이라니?”
“남자들이 뚫어 놓은 마음의 구멍, 남자들이 들어가려는 욕망의 구멍, 남자들이 메우려던 더러움의 구멍이지요. 조선 전성기라는 성종대의 태평성세 한구석에 나 있던 작은 구멍이지요. 밝고 빛나는 이성의 역사에 감춰진 어두침침한 구멍이지요. 모든 것을 끌어들일 수 있고, 모든 것을 토해낼 수 있는 구멍이지요.”
“……?”
너무도 뜻밖의 말에 인수대비도 방청석도 아연해졌다.
“제 예명이 현비임을 거론하셨죠? 그런데 처음에는 무엇이었는지 아십니까? 너무 노골적이라 조금 고쳤답니다.”
“뭐였길래……?”
“현빈.”
“……설마, 그 현빈? 노자가 말한 ‘만물의 어머니, 궁극의 신비’, 태초의 검은 구멍인 현빈?”
어우동은 대답 없이 묘한 웃음만 지었다. 인수대비는 처음 보는 사람을 보듯 그녀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일개 아녀자가 현빈이라 칭하다니, 내가 비록 노자의 도를 따르지는 않지만 무척 외람되다 싶군.” - p.189~190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