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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93094596
· 쪽수 : 624쪽
· 출판일 : 2012-06-27
책 소개
책속에서
얼음 속의 여자는 욕조에서처럼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속옷만 입고 있었는데, 그나마도 가슴이 드러날 정도로 찢겨 있었고 발목은 박스 테이프로 묶여 있었으며 양쪽 손목도 마찬가지로 테이프로 정강이에 붙여져 있었다. 등 중간까지 내려오는 길고 검은 머리는 풀린 채였다. 머리에 씌워진 비닐봉지는 목 부분에 매듭이 지어져 있었다. 비닐을 들추면 립스틱을 붉게 칠한 그로테스크하게 벌어진 입과 부릅뜬 눈이 보여서, 편안한 죽음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백작 부인은 떠나가는 그녀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금은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사실을 동료가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정도는 그녀에게 충분히 허락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넘치는 활력, 그리고 자신의 업적에 대한 허영기 있는 애착이 부러웠다. 그것은 그녀의 젊음에서 기인하는 것이었고, 시간이 흐르면 파울리네 베르의 경우에도 시들해지리라. 지금 다루고 있는 최고로 중요한 사건도 결국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누구나 언젠가는 알게 된다. 새로운 사건은 언제나 곧 닥쳐왔고, 또 새로운 사건이, 또 그다음 사건이 찾아왔다. 이런 지혜가 생기면 수사는 점차로 삶의 방식보다는 직업이 되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 편이 더 효율적이지만 열정은 부족하고, 아직 신참인 이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열성은 영원히 사라져버린다. 그녀는 많은 직업군에서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다.
"머리가 길 때만 그녀에게 관심이 있었나요?"
"그래요. 그 사람들은 머리가 어깨까지 닿아야 해요."
"그 사람들이라고요? 누구 얘긴가요?"
"내가 두려워하는 여자들, 그녀 같은 타입 말이에요. 아이를 낳고 미운 곁가지를 곳곳에 뻗어놓지요. 바로 없애버려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