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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3143744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9-06-14
책 소개
목차
추천사 _ 손으로 마음을 드러내고 생각을 펼치는 세상으로의 여행
저자의 말 _ 소리 없이 이해되는 말들의 온기
비밀의 언어
과도기 수업
백마 탄 왕자님
거대한 침묵
미처 하지 못한 말
아주 특별한 축복
소리의 바나나
바벨탑
기억의 주인
두 가족 사이에서
기차, 떠나다, 미안
갈채의 바다
제3의 언어
빛의 뗏목을 타고
기나긴 꿈을 접고
작별을 예감하며
그리고 졸업
책속에서
우리가 속한 세계에서는 들을 수 없는 사람과 들을 수 있는 사람, 이렇게 둘로 나뉘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쪽에도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집에서부터 그런 문화적 차이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유대인이고, 엄마는 개신교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소리를 듣지 못하셨지만, 나머지 식구들은 들었다. 입양한 내 동생 앤디는 흑인이고, 나머지 식구들은 백인이었다. 우리는 청각장애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특별한 행동이나 방식을 배웠다기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저절로 습득했다.
--- 〈비밀의 언어〉 중에서
그들의 작별 인사는 늘 그렇게 길었다. 헤어지기 싫은 마음, 관계의 고리를 끊고 공허한 밤 속으로 들어가길 꺼려하는 그 마음, 바로 이것이 청각장애 문화의 본질이다. 직장에서, 지하철과 시장에서 들을 수 있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하루를 보냈는데, 다른 청각장애인들과 저녁에나 잠깐 어울리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문가에서 서성대며 아쉬워하는 그 짧은 시간은 관계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 〈비밀의 언어〉 중에서
한쪽에서는 우비를 입고 구부정한 자세로 쇼핑백을 움켜쥔 여자 세 명이 버스를 기다리면서 호기심과 경계심이 뒤섞인 눈빛으로 학생들을 바라봤다.
길 건너편에서는 웬 괴팍스러운 집주인이 현관에 나와 길모퉁이에서 얘기 나누는 렉싱턴 학생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리들 가!” 그러더니 낡은 실내화 바람으로 집 계단을 중간쯤까지 내려왔다. “거기들 서있지 말라니까!” 학생들은 차분한 얼굴로 집주인의 무의미하게 오물거리는 입술과 붉으락푸르락한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돌려 하다 만 얘기를 계속했다.
… (중략)…
수화는 빠르고 맛깔스럽고 육체적이다. 우비를 입은 여자들이나 길 건너 집주인을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한 학생이 구내매점에서 사 입은 티셔츠엔 ‘청각장애인의 자긍심’이라는 글귀가 박혀 있었다. --- 〈과도기 수업〉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