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여행에세이 > 해외여행에세이
· ISBN : 9788994228341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1부_ 움직이는 축제
1. 생 미셸 광장의 기분 좋은 카페
2. 스타인 여사의 가르침
3. ‘셰익스피어 & 컴퍼니’ 서점
4. 센 강변 사람들
5. 덧없는 봄
6. 경마에 대한 집착의 끝
7. “잃어버린 세대”
8. 배고픔은 훌륭한 교훈이다
9. 포드 매독스 포드와 악마의 제자
10. 파생과 카페 돔에서
11. 에즈라 파운드와 자벌레
12. 정말 이상한 결별
13. 죽음과 맞선 흔적이 있는 남자
14. 릴라에 온 에반 쉬프맨
15. 악의 대리인
16. 쉬룬스의 겨울
17. 스콧 피츠제럴드
18. 매는 나누지 않는다
19. 젤다의 불만
역주
2부_ 파리 스케치
1. 새로운 유파의 탄생
2. 에즈라 파운드와 그의 ‘벨 에스프리’
3. 일인칭 글쓰기에 관하여
4. 은밀한 즐거움
5. 이상한 파이트 클럽
6. 매캐한 거짓말 냄새
7. 범비 군의 교육
8. 스콧과 그의 프랑스인 운전기사
9. 파일럿 피시와 부자들
10. 나다 이 뿌에스 나다
역주
어니스트 헤밍웨이 연대기
사진으로 보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파리는 내게 언제나 영원한 도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나는 평생 파리를 사랑했습니다. 파리의 겨울이 혹독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가난마저도 추억이 될 만큼 낭만적인 도시 분위기 덕분이 아닐까요. 아직도 파리에 다녀오지 않은 분이 있다면 이렇게 조언하고 싶군요.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주어서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 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거라고. 바로 내게 그랬던 것처럼.”
헤밍웨이의 인터뷰, 옮긴이의 말 <어니스트의 화양연화> 중에서
한 여인이 카페로 들어와 창가의 테이블에 홀로 앉았다.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다. 빗물에 씻긴 듯 해맑은 피부에 얼굴은 방금 찍어낸 동전처럼 산뜻했고, 단정하게 자른 머리카락이 새까만 까마귀 날개처럼 뺨을 비스듬히 덮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존재는 내 집중력을 흩어놓고 마음을 설레게 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에, 혹은 다른 글에라도 그녀를 등장시키고 싶었지만, 거리와 카페 입구가 잘 보이는 방향으로 앉아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나는 다시 글쓰기를 계속했다. 연필이 저절로 종이 위에 글을 써나가고 있었고, 나는 그 흐름을 따라잡느라 애를 먹었다. 럼주를 한 잔 더 주문하고 이따금 고개를 들 때마다, 혹은 받침 접시에 대고 연필을 깎을 때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여인이여, 그대는 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당신이 누구를 기다리고 있든, 그리고 내가 당신을 다시는 보지 못한다 해도,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나의 것입니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당신은 내 것이고, 파리도 내 것이고, 나는 이 공책과 이 연필의 것입니다….
1-1. 〈생 미셸 광장의 기분 좋은 카페〉 중에서
그러나 때로 새로 시작한 글이 전혀 진척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벽난로 앞에 앉아 귤 껍질을 손가락으로 눌러 짜서 그 즙을 벌건 불덩이에 떨어뜨리며 타닥타닥 튀는 파란 불꽃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그렇지 않으면 창가에서 파리의 지붕들을 내려다보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넌 전에도 늘 잘 썼으니, 이번에도 잘 쓸 수 있을 거야. 네가 할 일은 진실한 문장을 딱 한 줄만 쓰는 거야. 네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 한 줄을 써봐.’ 그렇게 한 줄의 진실한 문장을 찾으면,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계속 글을 써나갈 수 있었다.
1-2. 〈스타인 여사의 가르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