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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94343235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11-04-2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만일 내가…….” 나는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조금씩 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내가 너를 죽인다면?”
“죽일 수 있으면 죽이면 되지.” 모모세는 즉각 말했다.
“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잖아? 하고 싶으면 하면 돼. 아무도 너를 제지할, 그야말로 권리 같은 것은 안 갖고 있어. 그렇지만 문제는 말이야, 그런 비유가 아니고, 왜 너는 죽일 동기라든가 타이밍이 충분히 있는데도 지금 우리 중에 누구라도, 나라도 상관없지만, 죽이지 않는가 하는 것 아닐까? 뭐, 죽인다든가 죽는다든가, 조금 비약이 지나치지만, 예컨대 지난번에 말이야, 우리가 배구공에 네 머리를 집어넣고 찼잖아? 할 수 있었잖아? 너는 걷어차였지, 단단히. 그치만 넌 그런 짓을 못해. 왜 못할까? 이 점이 중요하거든. 너는 상대방이 많기 때문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런 건 전혀 관계없어. 예컨대 보복도 앙갚음도 안 할 테니까 해보라고 우리가 말하면, 네가 내 머리에 배구공을 뒤집어씌우고 걷어찰 수 있을까?”
“나는……”이라고 말하다가 목이 메어서 침을 꿀꺽 삼키고, 얼마 있다가 말했다.
“그런 짓은 안 하고 싶어.”
“그렇지? 문제는 그거야.” 모모세가 신난 듯이 웃었다.
“왜 너는 그런 짓을 하고 싶지 않을까? 왜 못할까? 문제는 그거야. 왜 너는 우리를 부엌칼이나 뭔가로 찌르지 않을까? 막상 하면 예상 외로 상황이 바뀔지도 모르는데, 왜 너는 그것을 못할까? 잡히는 게 무서워서? 그렇지만 우리는 14세 미만이니까 처벌을 안 받거든. 소년원에는 가겠지만.”
“범죄니 뭐니, 그런 것하고는 관계없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면 죄책감이 생기니까? 그럼 왜 너는 죄책감이 생기고 나는 안 생길까? 어느 쪽이 제대로 된 걸까?” 모모세가 웃었다. “양쪽 다 똑같다고.”
나는 잠자코 있었다.
“어쨌든 너는 그런 일을 못해. 못할 뿐 아니라, 죽인다느니 죽느니 하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아니라도 인간 축구조차도 하고 싶지 않아.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된 셈인지 죽이진 않아도 인간 축구는 할 수 있거든. 이 세상은 이런 저런 일을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