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94368573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16-11-11
책 소개
목차
여학생 8
후기 106
책속에서
아름다움에 내용이 있어서 뭐하겠나. 순수한 아름다움은 늘 무의미하고 도덕을 초월한다. 그런 법이다.
어쩔 줄 모르겠다. 육체가 내 마음과 상관없이 저절로 성장해 버리다니, 참을 수 없다. 당황스럽다. 부쩍 어른이 되어 버리는 나 자신을 어쩔 수 없어 슬프다. 시간의 흐름에 맡기고 내가 어른이 되어 가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걸까.
지금 막 어른이 된다면 ‘그런 걸로 괴로워하고 쓸쓸해하다니 우습지.’하고 아무렇지 않게 추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어엿한 어른이 되기까지 이 길고 싫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홍역 같은 병인 걸까? 하지만 홍역으로 죽기도 하고, 실명하기도 한다. 방치하는 건 좋지 않다. 우리는 이렇게 날마다 우울해하고 짜증도 내고, 그러다 발을 헛디뎌 완전히 타락해서 돌이킬 수 없는 몸이 되어 평생을 엉망진창으로 보낼 수도 있다. 또 눈 딱 감고 자살해 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된 뒤에 세상 사람들은 “조금만 더 살면 알 수 있는데. 조금 더 어른이 되면 저절로 알게 되는데……!” 하며 애통해하겠지만 그럼 뭐하나, 당사자가 힘들어도 버티고 또 버티면서 뭔가 세상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보자고 열심히 귀 기울여 봐도 그저 무난한 얘기만 되풀이하며 “괜찮아, 다 그런 거야.” 하며 어를 뿐, 우리를 줄곧 내팽개치지 않는가? 부끄럽다. 우리는 절대 오늘만 살고 말 사람들이 아니지만, 까마득한 산을 가리켜 “저기까지 가면 전망이 좋아.” 할 때 그게 맞는 말이고 조금도 거짓이 없음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이렇게 극심한 복통을 일으키고 있는데 아픈 건 못 본 척하고 그저 “자, 조금만 더 참아, 저 산꼭대기까지 가면 돼.”라고만 가르쳐서야. 분명히 누군가 틀렸다. 나쁜 건 당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