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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예술에세이 > 영화에세이
· ISBN : 9788994464343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10-09-1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 튀면 좀 어때?
소수의 아름다움
남자가 사라지고 있다
대중적이고, 재치 있고, 전략적이며, 섹시하고, 젊은?
2. 영원한 가치
사랑과 영혼
흰 눈 편지
우리들만의 '은비령'
3. 당신의 맛
당신을 위해 요리하고 싶어요
그대, 신데렐라를 꿈꾸는가
성형 미인
뮤즈를 만나다
4. 내 마음속 그곳
비밀의 화원
영화관 옆 동물원
프라하의 연인들
5. 기억 저편에
눈 속에 비친 당신의 세상
빛과 그림자
정적의 구조
당신, 꿈을 자주 꾸나요?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날 추울 때면 마당 한쪽에 널어둔 할머니의 빨간 내복은 덕장에 널어둔 명태처럼 꽁꽁 얼어붙었고, 심지어 소맷자락에는 고드름이 매달리기까지 했다. 당신은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셨을 거면서 자식들 먹이느라 축 처진 젖가슴을 가려주었던 빨간 내복. 할머니가 그 내복을 벗을 때는 살 비늘이 하얗게 일어났다. 검버섯 핀 주름진 손으로 얼음장 같은 찬물에 빨아 널은 빨간 내복. 어린 시절 철없던 마음에 나는 그 빨간 내복이 촌스럽고 싫었다. 그런데 할머니를 뵐 수 없던 나날들이 늘어가던 어느 추운 겨울날, 동해 바다에 갔다 덕장에 널린 명태를 보며 할머니의 빨간 내복이 떠올라 눈시울이 빨개졌다. 그리고 다시 날이 차가워지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림 속으로 떠난 여행》은 아저씨가 집을 비운 동안 작업실에서 아저씨의 그림 속으로 떠난 소년의 여행을 뜻하는 제목이다. “어떤 그림이든 비밀이 있어야 한단다. 나도 그게 뭔지 모를 수도 있지. 그리고 사람들이 내 그림에서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발견할 수도 있지”라고 말하곤 했던 아저씨가 떠나고, 소년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모든 그림에는 제각각 이르는 길이 하나씩은 꼭 있기 마련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된다. 그 뒤 소년은 다시는 아저씨를 만나지 못했지만, 영혼의 울림이 있던 소중한 만남이었기에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는 비밀을 깨우치게 된다.
사진 찍는 취미를 갖고 있던 캐럴은 자주 앨리스 자매를 찍어주었는데, 그 중 ‘거지 아이로 분한 앨리스 리델의 초상’ 속의 거지 분장을 한 여자아이 앨리스는 매혹적이다. 까만 눈동자, 티 없는 창백한 피부, 가는 발목과 긴 다리,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칼은 시선을 한참이나 잡아둔다. 그뿐인가, 그 강렬한 눈빛이 주는 매혹은 거절하기 어렵다. 자신감이 넘쳐 오만하게까지 느껴지는 눈빛, 상대가 누구든 개의치 않는 도도함이 어린아이의 얼굴에 흐른다. 이 정도이니 1862년 7월 4일, 햇빛 찬란했던 그 황금빛 오후에 앨리스 자매와 햇빛을 피해 건초더미 그늘에 앉은 루이스 캐럴이 앨리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구상하게 되었던 것은 아닐까? 그때 앨리스는 겨우 열 살이었다. 즉 단테가 첫사랑에 빠졌을 때, 그의 연인 베아트리체보다 한 살 더 많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