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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글쓰기
· ISBN : 9788994651057
· 쪽수 : 351쪽
· 출판일 : 2013-05-10
책 소개
목차
01
시작하라|나는 기억한다|테스트1|아무도 죽지 않았다|쓰고 싶다면|진 리스|사랑|좋아하는 작가|제임스 볼드윈|감추고 싶은 일
02
테스트2|제3의 대상|스티브 아몬드|견과류|학년|타협금지|돌아가기
03
테스트3|원숭이 마음|열정|앨런 긴즈버그|훌륭한 학생|지금 이 순간|조라 닐 허스턴|소리 내어 읽기|좌선|손|듣기|턱|혀|그냥 앉아있기|좌선 기록장|걷기|린다 그렉|요리사|동사|맹렬하면서도 부드럽게|분으로 부족하다면|단거리 달리기|지미 산티아고 바카
04
마약중독자|날것의 진실|도망가지 말라|지루한 일들|평범한 삶| 거짓말|날씨|환상
05
테스트4|세잔|조앤 미첼|질병|운전|파리|생일|정말 하고 싶은 말|나는 누구인가|불평하지 말라|책 읽는 삶|자살|죽음|섹스와 돈|말을 걸어라|담배연기|이창래|싸움|멈추지 말라|생각하지 말라
06
테스트5|잘 모르는 분야|정치|나와 관련 없는 것|구체적으로|장소|소재 없이 쓰기|제목|함축적으로 쓰기
07
테스트6|발표하든 못하든|초상화|광고|마지막 편지|오직 한 가지|음악|헤이티스|상심|통증|소재|집중하기|홍당무|아이들|베이스캠프|작별인사 |나팔꽃|나는 누구인가|가장 더운 곳|게으름|비참한 인생|여행|참패|지금 들리는 소리
08
테스트7|훌륭한 자서전|텍사스|과수원|반발|문장해체
09
테스트8|연작엽서|목청껏
10
테스트9|어린 시절|캐릴 필립스|집|요리법|다이어트|구조|끝없는 공간|돌아보라|죽음
리뷰
책속에서
글쓰기 훈련의 또 다른 원칙은 억누르지 말고 내버려두는 것이다. 침묵이 말하게 해야 한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털어놓기 불편한 이야기를 빼버리면 독자들이 금세 눈치 챈다. 숨겨왔던 일이나 꺼내놓기 위험한 일에 대해 쓰다가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울거나 웃을 수야 있겠지만 죽지는 않는다. 수업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어떤 학생이 다가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글을 쓰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겠어요.”
그렇게 해요, 아가씨.
그러나 나머지 우리들은 어머니나 형제, 애인, 동료, 신부님이 어떻게 생각할지 같은 걱정은 나중에 하기로 하자. 지금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지면에 옮겨 적으면 된다. 한사코 숨기고 있었거나 떠올리기 싫은 일, 지우고 싶은 사건을 찾아보자.
쓴 글을 공개하고 싶지 않거나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수 있다. 괜찮다. 앞으로도 절대 공개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그걸 쓰라고 하고 싶다. 쓴 다음 검토해보고 그래도 묻어두고 싶다면 그 때 그렇게 하면 된다. 단, 묻어버린 내용들이 다른 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결국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 숨겨진 것은 탈출구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구운 치즈 샌드위치에 대해 쓰려고 하면 그 치즈 한 가운데에서 근친상간, 사기, 간통사건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것이다. 그런 일이 있었음을 드러내고 샅샅이 살펴본 후에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것이다.
감춰두고 싶은 일을 무조건 공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선택권은 당신에게 있다. 다만 그 비밀을 글로 쓰고 난 다음에 공개할지 말지를 선택해야 한다. 비밀을 등 뒤로 숨기면 그 비밀이 언제까지나 당신을 쫓아다닐 것이다.
현재의 순간에서 벗어나보자.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인상적이고 선명한 순간들을 적어보라. 볼링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주례 앞에서 혼인서약을 했을 때처럼 짧은 순간일 필요는 없다. 우리의 두뇌는 평범하고 하찮은 순간들을 떠올린다. 필라델피아 교외의 어느 주택가에서 크레파스를 사던 때, 피츠버그에서 노벰버스틸러 팀의 경기를 앞두고 있던 때, 다리 아래에 트럭을 세우고 맥주를 팔던 아저씨가 무서웠던 때, 어느 초여름 미네소타 북부의 낡은 수도관에서 흐르던 쇠 냄새 나던 물.
5월 어느 날 산타페의 어느 골목을 돌다가 맞닥뜨린 라일락 나무. 그때 당신은 라일락을 좋아하던 어머니를 떠올렸을지 모른다. 그래서 나무에 다가가 꽃봉오리를 만져봤을지도 모른다. 전율이 몸을 훑고 지나간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어머니의 마지막 며칠, 그런 날을 평생 견뎌내야 한다는 직감이 폐부를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