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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 ISBN : 9788994963334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2-03-29
책 소개
목차
1부 열 살, 삶의 갈림길에서 죄의식과 마주하다
1장 아이,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다
2장 죄의식이라는 경계에 서다
3장 사이먼, 죄의식으로 몸부림치다
4장 잡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다
5장 죄의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6장 폐품 하치장에서 일어난 사건
7장 사이먼의 겉옷과 바버라의 박람회
8장 마음속의 판관과 마주하다
9장 친구, 편안한 위안을 주다
10장 비밀, 고결함으로 인도하는 문
11장 변화가 시작되다
12장 죄의식이라는 씨앗이 뿌려지다
2부 서른한 살, 죄의식에 갇힌 ‘나’를 용서하다
13장 귀향 그리고 시간의 연금술
14장 기억, 상실감을 불러오다
15장 거식증, 영혼의 굶주림
16장 죄의식에 갇힌 ‘나’와 마주하다
17장 어둠에서 희망의 빛으로
글을 마치며
죄의식을 넘어
리뷰
책속에서
1장 아이,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다
알프가 담장 근처에서 노는 아이들을 향해 말을 걸었다.
“애들아, 거기서 뭐하니?”
다른 아이들은 당장이라도 달아날 태세였지만 조안은 일어나서 턱 버티고 섰다.
“아저씨들을 쳐다보고 있잖아요!”
대거리하는 조안의 목소리는 기세가 등등했다. 마치 그 말이 ‘그래서 어쩌겠다고요? 아저씨는 뚱뚱하고 걸음도 느린 데다 아저씨와 우리 사이에는 담장이 있는 걸요. 나는 저기 부자들이 사는 쿨데삭에 살고 우리 아빠는 선생님이에요. 아저씨는 겨우 쓰레기나 만지는 사람이고요. 난 아저씨가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조안은 자기의 도전적인 태도가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이 자신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열 살이었다._21쪽
죄의식이라는 주제는 복잡하다. 물론 죄의식의 속성을 단순하게 말한다면 잘못된 행동을 찾아내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죄의식은 법적으로도 입증될 수 있다. 객관적이고 증거에 기초하며, 당연히 다른 사람으로부터 철저한 조사를 받게 된다. 그중에는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것도 있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 잘못이라고 판단하는 행동을 하지만 고의든 우연이든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마음속으로 잘못된 행동이나 태만한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더 냉정하게는 마음속에 배심원을 모아놓고 그 앞에 서서 자신이 유죄라는 증거를 댄다. 즉 자신의 양심을 판관으로 초대하는 것이다._28쪽
2장 죄의식이라는 경계에 서다
불안감으로 인해 그어둔 경계선을 넘는 것은 잠재한 위험과 마주칠 수 있다는 의미다. 어른이 금지한 일이든 아니든 아이들은 무서워 보이는 일을 할 때 훨씬 더 조심하고, 나름대로 정한 위험의 정도를 따져보거나 위험의 성격을 확인한다. 어떤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에게 또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용기 있는 사람인지 보이기 위해 안전지대를 벗어나고, 얼마나 더 멀리 벗어날 수 있는지 시험한다. 그렇게 안전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재미있는 놀이 정도로 사소한 일일 때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자연스러운 한계를 넘어갈 정도로 일이 커지기도 한다.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거나 아슬아슬하게 위험을 피했다고 느끼는 일은 적당한 수준까지는 괜찮다. 그러나 위험을 지나치게 심하게 느끼게 되면 악몽과 불안의 원천이 된다. 물론 그 수준이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지는 않다. 같은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공포를 불러오지만 누군가에게는 위험을 교묘하게 물리치고 살아남았다는 쾌감을 준다._45~46쪽
레이와 알프의 초대로 아이들이 폐품 하치장에 드나들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날 이후 조안은 계속해서 어떤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강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혼자 있을 때면 그 불안감이 마음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어린아이들이 새로 사귄 친구에 관해 입을 다물어줄 것이냐 아니냐가 문제였다.
물론 조안은 아이들에게 비밀을 지키도록 맹세하게 했다. 그 첫날 오후에 아이들이 폐품 하치장에서 나오자마자 조치를 취했다. 조안은 어린아이들도 자기들의 무모한 행동을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어기면 그 결말이 얼마나 무서울지 알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그것이 더 중요한 일이었다. 이유는 정확히 몰라도 어떤 일을 뼛속 깊이 이해했을 때는 엉뚱한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 규칙을 허투루 여기지 않을 것이다._49~50쪽
3장 사이면, 죄의식으로 몸부림치다
죄를 지은 것과 죄의식을 느끼는 것은 다르다. 단순한 수준에서 보자면 죄의식과 책임의식은 연결되어 있다. 법적으로는 어떤 행동이나 태만으로 위해한 일을 저지르지 않고는 죄를 지었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죄는 의도성intention이란 요소를 가정한다. 설사 그 의도성이란 것이 단순히 경고 신호를 무시했거나 비켜갈 수도 있었던 재앙을 피하지 못하게 만든 부주의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죄를 지었다는 것은 비난받을 입장에 놓였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객관적이며 중재자, 관찰자, 판관을 요구한다. 가끔씩 어떤 사람은 우리가 죄인이라고 선언하기도 한다. 그보다 더 자주 우리는 자신을 스스로 판단하고 잘못을 저질렀음을 안다. 한발 뒤로 물러나 수치스러운 일을 저지른 다른 사람을 보듯 자신의 행동을 지켜보며 성찰한다. 우리는 성찰하고 또 성찰하면서 자신을 비난한다._55쪽
그들은 콘월에서 닷새를 지내기로 했다. 사이먼은 여기서 보낼 시간, 분, 초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계산해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밖은 우중충하고 눅눅했으며 밤새 폭풍우가 몰아쳤다. 사이먼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생각해보려 했지만 생각할 때마다 더 깊은 절망감에 빠질 뿐이었다. 조안이 함께 있었다면 이렇게 지루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안이라면 이럴 때 어찌하면 좋을지 당장 묘안을 짜냈을 것이다. 사이먼은 조안과 함께 읍내를 탐색하고 다니는 것을 상상했다. 상점들에도 들어가 보고 골목길마다 무엇이 있는지 살피고 다니는 것이다. 조안이라면 사이먼이 이런 지루함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해주었을 것이다._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