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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94963983
· 쪽수 : 536쪽
· 출판일 : 2013-10-24
책 소개
목차
1부 절충적 유사성
중력의 결함: 피터 애크로이드의 《뉴턴》|영국을 만든 사람들: 힐러리 맨틀의 《울프 홀》|반동적 예언가: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에서 일어난 혁명에 관한 고찰》|악마와 사전: 피터 마틴의 《새뮤얼 존슨 전기》|난 바보와 함께 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부바르와 페퀴셰》|디킨스의 어두운 면: 마이클 슬레이터의 《찰스 디킨스》|마르크스의 저널리즘 그럽 거리 시절: 카를 마르크스의 《뉴욕 트리뷴에 보낸 기사들: 카를 마르크스의 기사 선집》|싸울 가치가 있는 것들: 레베카 웨스트의 《검은 양과 회색 매》|혁명가 바보: 데이비드 무디의 《에즈라 파운드: 시인, 1권, 1885~1920》|르네상스를 감히 예언하며: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비타협적인 존재의 독(毒)펜: 제시카 미트퍼드의 《데카: 제시카 미트퍼드의 서신들》|가엾은 윌리 아저씨: 제프리 마이어스의 《서머싯 몸: 생애》|영원한 청소년: 에블린 워의 《브라이즈헤드 재방문》|명예를 아는 남학생: 로버트 맥크럼의 《우드하우스: 생애》|가리는 것이 없는 호기심: 앤서니 파웰의 《공이 계속 구르게 하려고: 앤서니 파웰 회고록》|스파이 스릴러의 아버지: 앤드루 로니의 《존 버컨: 장로교를 믿는 기사》|이런 세상에: 노먼 셰리의 《그레이엄 그린의 생애, 2권, 1955~1991》|술병에 담긴 그레이엄 그린의 존재론: 그레이엄 그린의 《아바나의 사나이》|사랑하기: 필립 라킨의 《모니카에게 보내는 편지》|진짜 망할 놈의 바보: 존 서덜랜드의 《스티븐 스펜더: 승인받은 전기》|사로잡힌 정신: 에드워드 업워드의 《나선의 상승》
중간 끄고, 오른쪽 안 돼: 파루크 돈디의 《C. L. R. 제임스: 크리켓, 카리브 해 그리고 세계혁명》|파국주의자: J. G. 밸러드의 《J. G. 밸러드의 완전한 이야기들》|악당의 시간: 조지 맥도널드 프레이저의 《플래시맨과 호랑이》|거친 것들이 있는 곳: 샌디 번의 《감당할 수 없는 사키》|생생했던 소년: J. K. 롤링의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플리트 거리 최고의 인물들: 에블린 워에서 마이클 프레인까지
2부 전체주의의 유산
이단 재판의 장면들: 빅토르 세르주의 《툴라예프 동무의 사견》과 《혁명가의 회고록》|한 사람의 운명: 올리비에 토드의 《말로: 일생》|
열성분자: 마이클 스캐멀의 《쾨슬러: 20세기 회의주의자의 문학적, 정치적 오디세이》|다시 본 칠레: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페르시아 버전: 《기묘한 시대입니다, 그대여: 당대 이란 문학의 PEN 선집》|한밤중의 밝음: 마틴 에이미스의 《공포의 코바: 웃음과 2000만》|그를 상상하며: 이언 커쇼의 《히틀러 1889~1936: 오만》|생존자 : 빅터 클렘페러의 《차악次惡: 일기1945~1959》|가치 있는 전쟁: 팻 뷰캐넌의 《처칠, 히틀러 그리고 불필요한 전쟁》|그냥 평화에 기회를 한번 주자고?: 니콜슨 베이커의 《인간 연기》|독일을 위한 진혼곡: W. G. 제발트의 《파괴의 자연사에 대하여》
책속에서
전설에 따르면 뉴턴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의 의미를 알아차렸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그보다 꼼꼼하게 연구하는 사람이었으며, 퀴리 부인이 라듐을 연구할 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빛과 색깔을 구분하고 싶다는 의욕이 넘친 나머지, 그는 한 눈으로 태양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실험을 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눈은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실험을 마친 뒤 시력 회복을 위해 사흘 동안 어두운 방 안에만 있어야 했다. 나중에는 빛이 에테르(ether, 빛을 파동으로 볼 때 이 파동을 전파하는 매질로 생각되었던 가상의 물질. 간섭계 실험을 통해 에테르의 존재는 부정되었으므로 더이상 논의되지 않는다―옮긴이)를 통과할 때 ‘압력체’로써 박동한다는 데카르트의 이론을 시험하기 위해 “내 눈과 뼈 사이로 눈 뒤편까지 최대한 가까이” 커다란 바늘을 찔러 넣었다. “거의 집착에 가까울 만큼 한 가지 일에 매달리는 성격인 그는 시력을 잃을 위험까지 무릅쓰고 그 실험 결과를 관찰하기 위해 망막의 곡률을 바꾸려 시도했다.”
우리가 데이비드 흄과 새뮤얼 존슨의 마지막 모습을 알 수 있는 것은 보스웰의 관대함과 호기심 덕분이다. 존슨이 그토록 싫어했던 미국 독립운동이 시작된 1776년에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자리에 누워 있던 흄은 보스웰에게 유명한 말을 남겼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두려워하지 않듯이, 자신이 죽어서 사라지는 것 또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존슨은 흄의 이 차분한 발언을 전해 듣고는 믿지 않으려 했다(나는 여기에서 헤스케스 피어슨의 설명을 따르고 있다). 그는 그리스와 로마의 많은 영웅들이 기독교의 도움 없이도 금욕적인 자세로 죽음을 맞았다는 보스웰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 뒤 애덤 스미스와 만났을 때 스미스가 보스웰의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보증하자, 존슨은 스미스에게 큰 소리로 거짓말이라고 외쳤고 스미스는 냉정한 태도로 존슨에게 “개자식”이라고 응수했다. 존슨이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의 저자인 스미스와 이러한 충돌을 벌인 것을 보면, 나중에 매콜리가 그는 “모든 편협한 주장들의 어리석음과 비열함을 아주 명확히 가려낼 수 있었으나 자신의 편협함만은 예외였다”고 평가할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디킨스가 앤젤라 버뎃 쿠츠에게 쓴 편지에서 1857년의 인도 반란에 관해, 만약 자신에게 힘이 있었다면 “자비를 발휘한 재빠른 처형으로… 지표면에서 [이 사람들을] 말살해버리겠다”고 쓴 것은 무슨 수로 변명할 수 있을까? 슬레이터는 이 문장을 간단히 줄여서 언급할 뿐이지만, 애크로이드는 편지 내용 중에서 그보다 더 고약한 부분을 좀더 자세히 인용한 뒤 이런 말을 덧붙인다. “위대한 소설가가 인종학살을 권고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 시대에는 디킨스와 같은 태도를 지닌 사람이 흔했다고 말하는 것도 변명이 되지 못한다. 에어Eyre 총독이 1865년에 자메이카에서 소름 끼치는 잔인성을 발휘해 반란을 진압했을 때, 디킨스와 칼라일은 그의 사디즘에 따스한 박수를 보냈지만 존 스튜어트 밀과 토머스 헉슬리는 에어를 소환해 의회에 출석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애크로이드는 이 사실 역시 분명히 언급했지만, 슬레이터는 빠른 속도로 휙 지나쳐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