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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5757772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서문
1. 산에 사는 바보
나무에게서 배우다
주름조개풀의 서울 나들이
머리말에 콩 여섯 알을 두고 잠들다
무엇으로 이 기쁨을 사랴
가을에 하루는 잔치를 하자
어디까지 내 집인가
별이 키우는 풀
반농반X
똥 살리기
꿈은 하늘로부터 온다
지게질 명상
아이누에게 배우다
바다와 친구가 되는 길
2. 발에는 흙, 얼굴에는 미소
자연이 차리는 밥상
여행하는 새의 가르침
육체노동과 경전
햇살 거두어들이기
손 연장이 주는 기쁨
발에는 흙, 얼굴에는 미소
하늘에 있는 창고
불목하니와 농부
영혼을 돌려보낼 별
손님으로 오시는 한울님
자연이 가르치리라
산은 강의 남자
화보 - 더 바랄 게 없는 산속의 삶
3. 이대로 충분하다
알고 보면 사이좋은 물과 불
땅이 웃는 날
삶의 계율
언제까지나 곁에 있기를
나무도 배설한다
소리 통로 만들기
시인과 꿈속에서 대화를 나누다
산 마을 이웃들
산에서 함께 사는 친구들
바보 이반의 나라
아무 일 없는 하루
리뷰
책속에서
벼 타작을 하던 날, 고맙게도 날씨가 좋았다. 그날 내가 썼던 탈곡 도구는 20년쯤 전에 주로 사용되던 발탈곡기였다. 이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기계이다. 불행하게도 다음 날은 날이 흐렸고, 뛰어다니며 비설거지를 마치고 하릴없이 날이 좋아지기를 기다리자니 속이 탔다. 그렇게 되면 한 해 농사가 망가진다. 고맙게도 그날은 바람도 나았다.
... 돈으로 따지면 어리석은 일이다. 그래도 나는 해마다 벼농사를 빼먹지 않을 것인데, 그 이상의 기쁨이 그 속에 있기 때문이다. 봄부터 여름까지 언제고 왁자한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여름 내내 밤마다 반딧불 구경을 할 수 있는 것도 논농사 덕분이다. 싱싱하게 자라는 벼는 또 얼마나 내 눈길을 사로잡았나. 그것이 고개를 숙이며 누렇게 익어 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또 얼마나 흐뭇했던가.
그런 것을 어떻게 돈을 주고 살 수 있으랴. 논에 미꾸라지를 사다 넣던 날 내 가슴은 또 얼마나 설레었던가. 그 뒤로 논을 볼 때마다 저기 그 미꾸라지들이 살고 있겠지 하는 생각에 나는 행복했다. 어떻게 이런 기쁨을 돈을 주고 살 수 있으랴! - 본문 30쪽, '무엇으로 이 기쁨을 사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