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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서양문화읽기
· ISBN : 9788995995211
· 쪽수 : 31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모든 이야기는 국경을 넘으면서 시작되었다
1장 반칙하라, 즐겁다
-국경 너머, 자유 그리고 월경越境의 연대기
-29번째 생일, 파리에 도착하다
-파리 빈민가에서 만난 운명
-갸를롱으로 오세요
-윷놀이의 기적
-나를 지탱해준 파리의 두 남자
-프랑스 데모와 한국 데모
-파리 8대학, ‘똥개훈련’을 이겨내다
-결핍과 일탈, 자유로 가는 패스포트
-나는 그녀들을 충동질했다, 떠나라고
-옷장 속의 검은 드레스를 입을 수 있는 날
2장 자유, 사랑보다 뜨거운
-위대한 예외의 잉태
-자본주의 얼굴의 파리를 다시 만나다
-세상의 남자들, 그리고 그들의 유일한 신
-온돌과 침대, 고도 1m 차이의 문명충돌
-다시 춤추기 시작하다
-가사 노동, 그 철학적 투쟁에서 승리하다
-당신을 환영합니다, 여기는 갸를롱
-도대체 두 분이 무슨 연대를 하셨다구요?
-프랑스 남자의 팍팍한 서울살이
-당신의 취향은 정말 당신 것인가?
-육아, 황홀한 패자 부활전
-사랑을 의제화하라
3장 좌파 정당 잠입기
-성질 급한 지원자의 독특한 면접
-원칙 부서져도 남아있던 이유
-노조 사무국장이 되다
-쪼개진 당을 나오며
에필로그: 8월에 짐을 싼다, 또다른 월경을 위해
리뷰
책속에서
남아선호 사상이 '여전한' 한국에서 첫딸은 딸이기 이전에 첫 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환대받을 수 있지만, 둘째 딸이 세상으로부터 주저 없는 환영을 받는다면 그것은 매우 운이 좋은 경우에 속한다. 더구나 내 경우처럼 아래로 남동생이 태어난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1997년 봄, 길을 가다 가판대에 놓인 한 월간지의 굵게 뽑힌 특집기사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둘째 딸은 왜 전투적으로 사는가.' 그때나 지금이나 끔찍하게 싫어하는 보수언론의 월간지였기에 그 잡지를 사서 읽지는 않았지만, 보지 않아도 그 기사의 내용을 밑바닥까지 짐작할 수 있었다. 파리에서 내가 만나고 교우하던 서른 안팎의 늦깎이 한국 여학생들, 그녀들은 모두 둘째 혹은 셋째 딸들이었다. 출세보다는 자아를 찾기 위해 탈출하듯 그곳에 모여든 그녀들. 하나같이 집안에서는 도무지 느낄 수 없었던 자신의 존재 이유와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경험을 갖고 있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부모의 덜한 기대와 관심을 틈타 삐딱한 저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었다. 그녀들을 거울삼아 날 객관화 시킬 수 있었고, 오래 전부터 자가 진단해 왔던 선천적 자유/일탈 갈망증의 근본적 원인이 탄생의 불운한 순번에 적잖이 기인함을 짐작하게 되었다. (93쪽, '결핍과 일탈, 자유로 가는 패스포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