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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6775133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고통받지 않기로 결정하다 ∼ 009
깊게 호흡하라 ∼ 017
나의 다비드 ∼ 022
현실, 바퀴벌레, 지하실의 부랑자, 그리고 맥주 ∼ 028
몬태나 ∼ 040
아버지의 파란색 듀센버그 ∼ 048
이탈리아 치유 ∼ 062
깨달음 ∼ 072
가혹한 유예기간 ∼ 080
내 안의 또 다른 나 ∼ 093
웨딩케이크 위의 신랑신부 ∼ 105
독립기념일의 기적 ∼ 116
대화 ∼ 132
천사의 방문 ∼ 144
자유낙하 ∼ 155
하트모양의 돌 ∼ 169
탈선 ∼ 181
공동체 사회 ∼ 199
영혼의 선물 ∼ 206
장렬한 싸움 ∼ 219
인디언 서머 ∼ 224
결혼기념일 ∼ 236
남편의 선물 ∼ 241
에필로그 ∼ 246
감사의 말 ∼ 251
책속에서
남편은 충실하고 가정적이고 애정이 넘치는 참 괜찮은 남자다. 밤새 집 밖에 머물며 전화도 없는 일은 평소의 남편답지 않은 행동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일이 부쩍 늘었다.
그런 날 밤이면 남편은 시내에 있는 사무실 소파에서 잠을 잔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워낙 조그만 마을이다 보니 시시콜콜한 서로의 사생활까지도 금세 마을 전체로 퍼져 나간다.
굳이 묻지 않아도 “어젯밤 그 집 바깥양반이 술집에서 그걸 하시던데…….”(우리 마을에서 ‘그것’은 맥주를 뜻하는 말이지 꼭 여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혹은 “그 집 바깥양반이 아침 일찍 사무실 화장실에서 양치질하는 걸 봤어. 사무실 소파에서 잠을 잔 것 같더라고.” 이런 현장 보고는 대개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끝을 맺는다. “남편한테 무슨 일 있어?”
그럴 때면 나는 “직접 물어보지 그러세요?”라고 대답한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남편이 낯선 여자와 멋진 호숫가 별장에서 바람을 피우는 망측스런 의심을 날려버릴 수 있다. 물론 나도 그런 의심을 품어본 적이 있다. 나를 그런 결론으로 이끄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데도 말이다.
“난 단지 어떤 짐도 없는 여자를 원할 뿐이야.” 남편이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정말 사랑하는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나에 대한 사랑을 의심하는 것일까? 그의 혼란스러움을 이해해보려 노력해도 머릿속이 복잡해질 뿐이다. 그리고 나는 곧장 비통함에 빠져들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내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는 나보다 더 잘 맞는 여자가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나이까지 상처 없이 살아온 여자가. 그렇다면 그는 동화 같은 얘기를 믿고 있는 것이다. 동화에 나오는 공주님을.
지금쯤 유흥가 근처 싸구려 모텔에서 남편 옆에 누워 여전히 탄력 있는 엉덩이와 팽팽한 얼굴과 매끈한 다리에 관해 찬사를 듣고 있을지 모르는, 마흔한 살에도 여전히 날씬하고 짐도 없는 여자에게 저주를!
이미 난 탈선해버린 열차처럼 멈출 수가 없다.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하였다. 어느 날 아침,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편은 인사도 없이 집을 나서며 이렇게 말했다.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데 내가 당신이나 우리 결혼생활을 어떻게 돌볼 수 있겠어?” 많은 뜻을 내포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