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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6940333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6-06-20
책 소개
목차
점령을 살다 7
후기 249
감사의 말 258
옮긴이 후기 260
책속에서
‘당신들의 더러운 언어로 내 귀를 더럽히지 마시오. 나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당신처럼 날 때부터 히브리어를 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싫소. 당신들만 여기에 사는 게 아니라는 걸, 그리고 이 땅은 당신들만의 땅이 아니란 걸 알아야 하오. 점령자인 당신들은 스스로의 자리를 알고 그 자리에 머물러야 할 것이오. 그리고 무조건 히브리어로 말을 거는 그 끔찍한 습관은 버리기 바라오.’
물론 바위 사원이 자리하고 있는 언덕을 둘러싸고 서로가 각자의 성지라 주장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비원이 우리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낸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슬람 건축의 걸작인 이곳이 이스라엘의 국가정책에 의해 시달림당하고 유대인 극단주의자들로부터 파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나는 늘, 우리 스스로 압제자들처럼 행동하고 또 그들의 방법과 태도를 채택하는 것을 어떻게 경계할 것인지가 이스라엘 점령 하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도전이라고 믿어왔다.
그곳에서 젊은 남녀들이 스스럼없이 편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내가 얼마나 이방인으로 키워졌고 또 머물러 왔는지를 생각했다. 부모님이 자파를 떠나오면서도 끝까지 놓지 않으려 했던 저 거추장스러운 체면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들이 젊었을 때의 삶을 다시 즐길 기회는 언제 사라져 버린 걸까? 사람들과 동떨어진 내로라하는 집안 출신의 초연한 이방인으로 남느니, 차라리 저렇게 뒤섞여 어울리며 살아가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