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탄생

서론
1. 사르곤
2. 모세
3. 카르나
4. 오이디푸스
5. 파리스
6. 텔레포스
7. 페르세우스
8. 길가메시
9. 키루스
10. 트리스탄
11. 로물루스
12. 헤라클레스
13. 예수
14. 지크프리트
15. 로엔그린
결론

문명이 발달한 민족들은 모두 그들 민족의 탄생과 관계된 영웅을 미화하는 작업을 일찌감치 시작했다. 바빌론인, 이집트인, 헤브루인, 힌두인, 이란과 페르시아인, 그리스와 로마인, 튜턴인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방대한 양의 시적 설화와 전설을 통해 종교, 왕조, 제국 또는 도시를 탄생시킨 영웅, 신화 속 왕자와 군주들을 찬양했다. 이런 인물들의 탄생과 어린 시절에 얽힌 이야기의 특징은 굉장히 환상적이라는 것인데, 각 나라들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완전히 독립적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상호 유사성을 보여 준다. 심지어 어떤 부분은 문자 그대로 일치하기까지 한다. 많은 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부분에 주목해 왔고, 아직까지도 신화 연구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신화의 뼈대가 어째서 이토록 유사한지를 해명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신화에서 완벽하게 일치하는 부분이 반복되는 것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영웅신화의 핵심을 요약해 보면, 영웅은 신분이 높은 부모로부터 우수한 혈통을 물려받고 바구니에 담긴 채 강에 유기되며 비천한 양부모에게 양육되는 과정을 거친다. 친부모가 그 죗값을 치르든 치르지 않든 결국 영웅은 친부모에게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는 진전된다. 신화 속의 두 부모는 로맨틱 판타지에서의 실제 부모, 가상의 부모와 명백하게 일치한다. 심층 연구에서는 비천한 부모와 고귀한 부모에 대한 심리학적 유사성이 유아기와 신경증 환자의 판타지에서 나타나는 증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어린 시절에 부모를 과대평가하듯 신화도 고귀한 신분의 부모로 시작한다. 이는 로맨틱 판타지를 꿈꾸는 경우와 같다. 반면에 현실에서 어른은 실제의 상황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가족 로맨스라는 판타지는 실제 상황을 과감하게 뒤집으며 신화 안에서 쉽게 실현된다.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 그리고 버림받는 상황은 이야기 전체에서 제멋대로인 자아를 형성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허구의 로맨스는 아이가 아버지에게 품고 있는 적대감에 대한 구실이 되고 아버지에 대한 반항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러므로 신화에 나오는 아이의 유기는 로맨틱 판타지에서는 의절이나 불인정과 동일시된다.

신화 제작자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영웅에 결부시킴으로써 영웅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한다. 즉 자신들 모습 안에 영웅과 유사한 점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로맨스의 진정한 영웅은 에고(ego) 즉 제작자 자신이며 최초의 영웅적인 행동으로 아버지에 대한 반란을 일으킴으로써 영웅이 되는 그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영웅 안에서 에고를 발견한다. 그 에고는 유아기 시절 영웅적 행위에서만 찾을 수 있다. 이 점은 에고가 영웅이 될 수 있는 특징들을 영웅에게 부여하면서 그의 반란을 정당화한다. 이 목적은 유아기 시절에 겪었던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유아기의 로맨스로 되돌아가면서 또 그것을 영웅에게 투영함으로써 달성된다. 그러므로 신화는 어른이 어린 시절의 로맨스로 퇴행함으로써 창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