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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비평/이론
· ISBN : 9788940804582
· 쪽수 : 640쪽
책 소개
책속에서
오늘날 세계의 현대미술은 어디까지 왔는가 하는 물음은 우문 중의 우문이다. 현대미술에는 그것이 어디서 출발했느냐는 시발점도 없거니와 또 그것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골문도 없다. 현대미술의 드라마는 아마도 하나의 ‘시대’ 또는 하나의 ‘경향’이 시작이자 곧 종말을 동시에 의미하고 있다는 데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이들 각자의 시대와 경향 사이에는 종래의 미술사적 문맥으로서는 짚어지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공존과 단층이 얽혀 있는 듯이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서 야기된 것이 현대미술이 보여 주었고, 또 보여 주고 있는 숱한 불연속성과 극심한 기복 현상이다.
물론 이 불연속성과 기복은 그 자체가 현대미술의 활력 있는 추진력이 되어오기도 했다. 만일 지난 약 5반세기 동안의 세계미술의 발자취를 절대적 ‘자유’의 획득과 또 그 획득된 자유의 극복의 추구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면, 거기에는 그 어떠한 매너리즘, 또는 아카데미즘도 개재될 여지가 없다. 거의 경련적이라 할 만큼 가속화된 템포로 현대미술은 그 현대미술의 특성을 획한 각 ‘시대’를 숨 가쁘게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현대라고 하는 전반적인 시대적 배경과 어떠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또 하나의 별도의 흥미 있는 고찰의 대상이 되리라.
-본문에서
사실은 현대미술 자체가 본질적으로 ‘비평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해롤드 로젠버그가 말했듯이 ‘현대미술은 비평을 위한 예술’이며, 이는 뒤집어 말해서 비평적인 성격의 것이 아닌 미술은 현대미술일 수가 없다는 말일 수도 있다. 물론 여기에서 현대미술이라고 했을 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대미술 ‘작품’을 두고서 하는 이야기이다.
‘비평적’이라는 말을 다시 새겨서 생각해 볼 때, 그것은 현대미술의 작품 하나하나가 현대 미술 그 자체에 대한 각기 나름의 소신을 담고 있고 또 그 소신의 구체적인 표명이라는 말이며, 아울러 그 소신은 확고한 비평적 시각의 정립 없이는 형성되지 않는다. 어느 미술사가가 지적했듯이 현대미술에 관한 모든 논의는 필경 ‘시론試論’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며, 같은 의미에서 미술사의 모델의 대상 밖에 위치하는 오늘의 미술작품 또한 ‘시작試作’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요컨대 현재진행형의 미술(또는 작품)이 대상일 때, 그것에 대한 어떤 형태의 평가이든 ‘유보留保’의 것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누군가 말하기를 작품에 대한 비평가로서의 첫 당사자는 바로 작가 자신이라고 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작가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대 작가의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작품 평가, 또는 해석에 대한 기존의 ‘모델’을 포기한 이상, 작가의 작업은 모색과 실험적 시도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그는 스스로가 자신의 작업의 목표를 설정해야 하며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이 확고한 비평의식이다. 그것을 두고 작가의식이라 해도 무방하다.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