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04914423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17-10-16
책 소개
목차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우연은 없다
뛰는 놈 위에 걷는 놈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Ⅰ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Ⅱ
모든 게 그놈 때문이다
주고받기
발밤발밤
저자소개
책속에서
“일단 박 PD님은 제게 대역을 써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어디까지나 제안이었고 대역을 반대한 건 저였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걸 왜 남한테 시키냐고요.”
-할 수 있다고 해서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그걸 다 하지는 않아.
반박하는 장 대표의 말도 맞아서 우진은 최대한 제 생각을 말해보았다.
“우선 그린 스크린에서 하면 저야 편하지만 대신 어색하잖아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아직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형편상 그 볼품없는 CG는 제가 싫었습니다. PD님도 대역을 썼으면 썼지, 그린 스크린에서 촬영할 생각이 없었고요. 그래서 제가 하겠다고 한 겁니다. 그리고 대표님께 말씀 안 드린 건, 말하면 못 하게 하셨을 거잖아요.”
-당연하지! 그런 걸 자기 배우에게 시키는 미친놈이 어디 있나!
장 대표의 말에 우진은 상황과는 별개로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오늘 자신이 찍은 것보다 더 위험하고 어려운 액션 신을 찍은 배우들은 세상에 많고도 많았다. 배우 본인이 대표가 아니라면 그들이 속한 소속사의 대표들은 다 미친놈이 되는 거다.
“대표님이 걱정하는 게 무언지 잘 압니다. 하지만 가끔 보면 대표님은 우릴 예쁘게 꾸며서 유리 집에 넣고 감상하시려는 것 같아요.”
-그것은…….
우진의 말에 장수환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DS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의 외모와 재능은 전부 그의 취향이었다.
취향인 만큼 아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들에게 최선의 환경과 명예를 안겨주지만, 장수환의 까다로운 요구 사항에 따라야만 한다는 전제를 늘 깔아두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망가지거나 위험해지는 게 싫다는 이유에서다.
“전, 제가 할 수 있는 것까지 대역을 쓰면서 안전하게 연기하려고 배우가 된 게 아니에요. 앞으로 전 제가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것도 직접 할 생각입니다. 무슨 역이든 제가 선택했다면 전 최선을 다해 완벽하게 연기할 거예요. 그게 배우잖아요. 전 안전하고 우아하게 있으려고 배우를 시작한 게 아닙니다.”
우진의 말에 장수환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평소 그가 생각해 오던 배우의 정의와 너무 흡사하기 때문이었다. 장수환은 배우가 연기하면서 이것저것 재는 것만큼 꼴불견이 없다는 소릴 제 입으로 하고 다녔었다. 그랬던 그가 정작 자신이 아끼는 배우들에게는 이성적이지 못했다.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그들의 선택을 가로막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 2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