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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나랑 노랑

너랑 나랑 노랑

(개정판)

오은 (지은이)
난다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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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나랑 노랑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너랑 나랑 노랑 (개정판)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24065716
· 쪽수 : 364쪽
· 출판일 : 2026-07-31

책 소개

색이란 주제 참 자주 쓰여왔고, 그림을 통해 색에 가까이 가려 한 시도들도 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심플한 인터페이스와 직관적인 디자인이 화두인 요즘, 이렇게 직관적으로 색에 접근한 책은 없었다.

목차

Prologue 색에 대한 궁색한 변명 p. 9
Recommendations p. 357

red
1 생기 있게 식탁을 차리는 어떤 방법_ 앙리 마티스 <붉은 조화> p. 15
2 기원으로 떠나는 모험_ 마르크 샤갈 <타오르는 집> p. 25
3 미치기 싫은, 미칠 수밖에 없는_ 에른스트 키르히너 <드레스덴 거리> p. 37
4 춤추는 첨탑_ 로베르 들로네 <붉은 탑> p. 47
5 화염에 휩싸여 댄스, 댄스, 댄스_ 에밀 놀데 <촛불 무희들> p. 59

blue
6 오후 3시의 청사진_ 메리 커셋 <파란 안락의자의 소녀> p. 71
7 붓끝의 신념_ 호안 미로 <블루 II> p. 83
8 저녁의 수수께끼들_ 르네 마그리트 <아른하임의 영토> p. 95
9 미드나이트블루를 먹다_ 파블로 피카소 <맹인의 식사> p. 103
10 수련 옆에서 수련하기_ 클로드 모네 <수련> p. 113

white
11 홀로 개화해서 함께 만발하기_ 에드가 드가 <무대 위의 리허설> p. 125
12 따듯한 멜랑콜리_ 모리스 위트릴로 <파리의 골목> p. 135
13 감동의 기하학_ 카지미르 말레비치 <흰색 위의 흰색> p. 147
14 눈물을 위하여_ 알프레드 시슬레 <루브시엔느의 설경> p. 157
15 내일은 천천히, 그러나 반드시_ 이브 탕기 <내일> p. 167

yellow
16 언제나 있는 이름, 동시에 어디에도 없는 이름_ 오딜롱 르동 <베아트리체> p. 181
17 너는 이상해_ 파울 클레 <회전하는 집> p. 191
18 이글거리는 밀밭_ 빈센트 반 고흐 <수확하는 사람> p. 201
19 옐로 인 모션_ 프란츠 마르크 <노란 소> p. 213
20 2인 1색, 2인 3각_ 구스타브 클림트 <키스> p. 223

저자소개

오은 (글)    정보 더보기
어릴 적에는 회색을 가장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갈피를 못 잡고 언제나 오락가락 정신없었다. 변덕이 죽 끓듯 했고, 머릿속으로 그 죽을 끊이다가 새까맣게 태워먹기 일쑤였다. 빨간색이라는 이유로 피와 고깃덩어리를 무서워했고, 같은 이유로 사과와 우체통을 마음에 두었다. 같은 빨간색이라도 채도와 명도에 따라 다채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았다. 부잣집 아이들처럼 은색과 에메랄드색이 포함된 64색 크레파스를 갖고 싶었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원색은 좋아했지만 원색적인 말은 싫어했다. 한마디로 평범했단 소리다. 특히 푸른색에 열광했는데, 등굣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시간 날 때마다 휘파람을 불었지만 쇳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묵묵히 인정하게 되었다. 키는 쑥쑥 자랐지만, 노래방에서는 외려 키를 낮춰야만 했다. 시험을 망친 날에는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청포도 맛이 나는 연두색 사탕을 아작아작 깨물어 먹는 일이 잦았다. 이십대에는 하늘과 바다를 보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대신, 빨간색이 식욕을 돋우는 색이라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선홍색 꽃등심이 회색으로 변할 때는 왠지 모르게 서글퍼졌다. 더이상 나는 회색을 동경하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20년 넘게 쓰고 있던 색안경들을 손수 하나씩 벗었다. 하얀 종이에 까만 글자들을 채워넣는 일은 어느새 인생의 커다란 부분이 되어 있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개중 빨간 펜이 가장 무시무시하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다. 서른이 된 지금은 연두색을 가장 좋아한다. 먼셀 표색계에서 5GY 7/10에 해당하는 바로 그 색 말이다. 연두라는 말에는 모종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 앞으로 더 짙어질 거라는 희망도 있고 무럭무럭 자라나 누군가에게 그늘을 선사해주겠다는 당찬 의지도 있다. 무엇보다 연두는 철들지 않아서 좋다. 철이 들면 색은 짙어지고 무거워지고 참을 수 없이 끈적끈적해진다. 나는 아마 평생 철들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레드와 옐로의 계절을 지나 화이트와 블랙의 계절을 거쳐 그린과 블루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고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색다르게 사는 법이 필요한 때가, 또다시 찾아든 것이다. 2002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왼손은 마음이 아파』 『나는 이름이 있었다』 『없음의 대명사』, 청소년 시집 『마음의 일』, 산문집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 『다독임』 『초록을 입고』 『뭐 어때』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등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구상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대산문학상, 시인수첩작품상을 수상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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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는 흘러요. 블루는 멈춰 있어도 흐르는 것처럼 보여요. 정지된 상태에서도 파닥거릴 수 있지요. 날개를 지닌 블루는 언제나 꿈을 꿔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지요. 따라서 블루는 오션ocean이 되기도 하고 프린트print가 되기도 하고 때때로 문moon이 되기도 해요. 어떤 영화감독은 블루를 가지고 벨벳velvet을 만들었고 뮤지션들은 블루를 가지고 아름다운 음악blues을 연주했지요. 블루는 월요일monday과 결합해서 사람들에게 피로를 안겨다주기도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우량주blue chip로 각광받지요. 블루는 우울할 때도 있지만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아요. 약간 괴팍한 구석도 있지만 사람들이 결코 버릴 수 없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바로 블루예요. 블루는 흐르고 흘러, 그 속에 파묻힌 사람들이 스스로 넘실거릴 수 있게끔 도와주지요. 그 순간을 블루는 ‘푸름blueness’이라고 부른답니다.


너는 분명히 있지만 아무 데에도 없었다. 너는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았다. 내게 남은 건 너에 대한 기억뿐이었다. 나는 그 기억을 더듬어 여기까지 찾아왔다. 나는 너의 눈을 사랑한다. 너의 코를, 너의 입을, 너의 팔다리를, 너의 가슴을, 너의 머리를, 너의 머리카락을, 너의 심장과 신장을, 너의 폐와 쓸개를, 노란 피가 흐르는 너의 혈관과 더 노란 림프액이 흐르는 너의 조직을, 너의 랑게르한스섬을, 너의 눈물샘과 코점막을, 거기서 분비되는 너의 눈물과 너의 콧물을 사랑한다. 너의 지문과 너의 장문을 사랑한다. 나는 너의 전부를 사랑한다. 나에게 너는 백 퍼센트 여인이다. 나는 너에게 전적으로 예속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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