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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외국 역사소설
· ISBN : 9791127460808
· 쪽수 : 356쪽
· 출판일 : 2023-04-20
책 소개
목차
큰 비밀
코가 로미오와 이가 줄리엣
충변(蟲變)을 깨다
수둔(水遁)
진흙의 데스마스크
인피 지옥
닌자술 결투장
고양이눈 주박(呪縛)
피에 물든 안개
매쇄(魅殺)의 가게로
닌자 불사조
파환, 다가오다
최후의 승패
해설
리뷰
책속에서
주먹에서 으르렁거리며 분출한 밧줄이 회오리바람처럼 쇼겐을 쓸었다. 쇼겐은 땅에 엎드렸다. 그 찰나, 사람들은 모두 대지에 진을 친 회색의 거대한 거미를 환시했다. 밧줄에 얻어맞은 것이 아니라 멋지게 피한 것임은 다음 순간에 알았다. 네 발로 엎드린 채, 쇼겐의 웃은 듯 보이는 입에서 푸르스름한 점액 덩어리가 야샤마루의 머리로 휙 날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야샤마루의 얼굴 앞에서 허공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야샤마루 앞에는 원형의 모래막이 쳐져 있었다. 그것이 다른 한쪽 손으로 돌리고 있는 밧줄이라는 것을 알고, 쇼겐의 얼굴에 처음으로 낭패의 빛이 나타났다.
그 뒤룩뒤룩한 목에 로사이의 손이 덩굴처럼 감겼다. 조스케의 얼굴이 썩은 호박처럼 검게 변했다.
로사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웃었다.
"이 엉뚱한 놈아, 아즈키 로사이의 실력을 알았느냐."
꽉 조인 팔의 고리가 목뼈만 한 직경이 되었다. 로사이는 한 손을 뻗어 조스케의 축 늘어진 손에서 두루마리를 빼앗으려고 했다.
그 찰나, 팔의 고리가 땀으로 미끄러지는가 싶더니 우도노 조스케의 몸은 또 1미터쯤 저쪽으로 빠져나가 있었다. 순식간에 몸이 자루에 바람을 불어 넣은 것처럼 동그랗게 부풀어 올랐다.
"앗."
로사이는 망연자실했다.
남을 괴물이라고 부르더니, 괴물은 자신 쪽이 아닌가.
오코이는 보았다. 지금 던진 네다섯 자루의 작은 칼이 전부 넨키의 머리카락에 휘감겨 막히는 것을. ――그 머리카락은 덩굴처럼 하늘로 솟아, 작은 칼을 마왕의 관처럼 번쩍거리며 받치고 있었다.
미노 넨키의 머리카락은 살아 있다. 머리카락 자체에 자율 신경이 통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그는 이 머리카락을 나무들이나 기둥이나 용마루에 얽어 적지에 잠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넨키는 사지뿐만 아니라 수만 개의 손발을 갖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공포 때문에 오코이의 발이 꼬였다. 아니, 그보다 그 다리 사이로 부러진 지팡이가 날아오는 것이 더 빨랐다.
하얀 동백을 흩날리며 앞으로 고꾸라지는 오코이에게 넨키가 덮쳐들었다. 땀에 젖은 피부를 짓누른 넨키의 웃음에는 광포한 욕정과 살기가 파도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