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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91130411712
· 쪽수 : 174쪽
책 소개
목차
박만득 박금단전
원문
해설
참고 문헌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여보시오, 낭군님은 인간의 대장부라. 6대 독자 귀중한 몸이 죽기가 뼈에 사무치게 원통하니, 소첩은 여자라. 첩이 대신 죽을 터이니 낭군님 의복을 벗어서 내게 주오. 첩이 입고 저 문 앞에 누웠으면 낭군인 줄 알고 죽일 터이니, 낭군님은 첩의 의복을 바꾸어 입고 윗목에 누웠다가 첩이 죽어 나가거든 곧바로 뛰어가서 다른 집에 가지 말고 저 건너 장 참판 집에 가서 어제 새로 오신 장 참판 둘째 며느님 방에 가야 살 것이오. 만일 살아가시거든 좋은 경치 구경하고 봄바람처럼 이리저리 다니다가 좋은 인연을 다시 맺어 만년토록 영화를 누리실 때 칼에 죽은 나의 혼령 객귀(客鬼)나 면케 하여 주소.”
만득이 하는 말이,
“목숨은 다 같은 것인데 꽃 같은 시절에 비루한 나를 위해 천금 같은 목숨이 애매히 죽으려 하니, 죽는 너는 절개려니와 살아가는 나의 마음은 앞이 막혀 갈 수 있나?”
김 낭자 하는 말이,
“시간이 바쁘니 의복을 바꾸어 입고 불을 끄고 누웁시다.”
하면서 입던 의복을 고이 벗어 낭군의 의복은 김 낭자가 입고 구름같이 고운 머리 낭자를 설설 풀어 상투를 튼 후에 내외간에 마주 앉아 울고 보고 보고 울며 가련하게 하는 말이,
“원통하다, 낭군님아! ‘백년해로하자’ 하고 태산같이 믿었더니 오늘 밤이 백 년인가? 영영 이별이 웬 말인고? 칼에 죽은 내 목숨은 황천으로 들어가서 혼령이 되고, 살아서 가는 낭군님은 천만 가지 방법으로 몸을 귀히 보존하다가 하늘이 정해 준 수명대로 별세하여 저승에 들어와서 눈물로 서로 만나 세세한 이야기 가지가지 나눕시다!”
이렇듯이 서러운 모습을 목석(木石)인들 차마 보리. 간장에 품은 서러운 마음 시간이 바쁜 까닭에 서로 이야기 다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불을 끄더라. 만득이는 책상 앞에 눕게 하고 김 낭자는 문 앞으로 마주 누워 시간을 기다릴 때 문 앞에 은근한 발자국 소리가 천천히 들리더니, 소리 없이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와서 더듬더듬 만지더니, 칼로 목을 자르는 소리 혼비백산(魂飛魄散)하는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