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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30411811
· 쪽수 : 374쪽
책 소개
목차
잔등(殘燈)
야한기(夜寒記)
탁류(濁流)
습작실(習作室)에서
한식일기(寒食日記)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책속에서
**≪초판본 허준 소설선≫, <잔등>, 55~56쪽
회령에서는 정거장이 전체적으로 폭격을 받아서 어느 모양으로 어떤 건축이 서 있었던 것인가를 조금도 분간하여 알지 못하리만큼 완전히 부서져 있었지마는, 청진은 하 커서 그랬던지 어떠한 규모로 어떻게 서 있었던 정거장인가의 상상을 허락할 만한 형적은 남아 있었다.
시가지에서 정거장에 이르는 광장 전면에 와 서서 보면 걷어치우다 남은 무대의 오오도구(大道具)처럼 한 면(面)만 남은 정거장 본건물의 정면만이라도 남아 있었다.
건물의 입체적 내용을 잃어버리고 완전한 평면 속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이 간판적인 의미밖에 없는 형해(形骸)만도 미미하나마 사람 마음에 일종의 질서감을 깨뜨려 주기에는 어느 정도의 효과가 없지 아니한 듯도 하였다.
정거장 정면 좌우에는 회령 이래 낯익히 보아 온 새끼줄 대신에 콘크리트 말뚝을 연결하여 나아간 철조망까지 있었다. 더러는 썩어서 끊어지기도 하고 더러는 끊기인 것 같기도 한 그 중간 중간 철선 사이로 무시로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데에는 여기도 다름이 없었으나, 그 저편 폼 구내에 예전 같으면 도록고 창고로밖에 안 쓰였을 납작한 판장으로 만든 집 안팎으로 소련병과 역원들과 또 드물게는 피난민들의 몇 사람조차 섞이어서 무엇인가 지껄이며 어깨를 치며 드나드는 것을 보는 것도 한갓 여유감을 주는 풍경이 아닐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