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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30455884
· 쪽수 : 434쪽
책 소개
목차
이 책의 역사
카프카와의 대화
프란츠 카프카 연보
프라하 지도
찾아보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당신은 하루살이들 때문에 지나치게 수고하는군요. 이러한 현대 서적의 대다수는 현대를 순간적으로 반영한 것에 지나지 않아요. 이 현대 서적들은 무척 빨리 소멸하죠. 당신은 옛날 서적을 더 많이 읽어야 해요. 고전을. 괴테를요. 고전은 가장 심오한 가치를 외부로 발산하죠. 그것이 바로 영속성이라는 것이죠. 단지 새롭기만 한 것은 덧없죠. 그것은 오늘은 아름답지만, 내일은 가소롭게 보이죠. 이것이 문예의 길이에요.”
“박사님, 그렇다면 우리에게 진실이 영원히 닫혀져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는 말이 없었다. 그의 눈은 아주 가늘어지고 어두워졌다. 눈에 확 띄는 그의 목젖이 목에서 여러 번 아래위로 움직였다. 그는 잠시 자신의 책상을 짚고 있던 손가락 끝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신, 인생, 진실−이것들은 동일한 사실의 다양한 이름에 지나지 않아요.”
나는 계속 캐물었다. “우리가 그것들을 파악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체험으로 알죠” 하고 그는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가벼운 불안으로 떨리고 있었다. “우리가 다양한 이름을 붙이고 다양한 사고 구조로 극복하려는 사실은 우리의 혈관·신경·감각을 관통하죠. 이러한 사실은 우리 안에 존재하죠. 어쩌면 바로 그 때문에 우리가 이 사실을 통찰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우리가 실제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비밀, 어둠이에요. 거기에 신이 거주하죠. 그런데 그것은 좋은 일이죠. 왜냐하면 보호막 같은 이 어둠이 없이 우리가 신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이것은 인간의 본성과 일치할지도 몰라요. 아들은 아버지의 왕관을 빼앗죠. 그래서 신은 어둠 속에 있어야 해요. 인간이 신에게 돌진할 수 없기 때문에, 적어도 신성을 에워싸는 어둠을 공격하죠. 인간은 혹한의 밤 속으로 불쏘시개를 던지죠. 그러나 밤은 고무처럼 탄력적이에요. 밤은 물러서죠. 그러나 동시에 밤은 계속 지속되죠. 인간 영혼의 어둠−물방울의 빛과 그림자−만이 덧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