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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30820217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3-04-06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지나간 것은 아름답다
소쩍새 울면 / 참새 두 마리 / 애총(兒塚) / 정처를 향한 긴 도정(道程) / 나는 헤세 덕분에 망했다(?) / 유성(流星)처럼 스쳤던 첫 직장 / 수유리 사는 재미 / 보리(菩提)의 죽음 / 북구행 열차의 창가에 앉아 / 상실의 계절 / 매미 / 나의 서재 / 잃어버린 고향 / 해 저물어가는데 홀로 여인숙 찾기
제2부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
유랑예인단의 애환과 흥망성쇠― 남사당패를 중심으로 / 기생, 전통사회의 여성 예술가 / 탈춤, 풍자의 춤사위에 민중의 소리를 담다― <봉산탈춤>을 중심으로 / 판소리 <심청가>는 효도극인가? / 꼭두각시 인형극에 대하여 / 조선시대 궁중 언로(言路) ‘소학지희’에 대하여 / 우리 시대 국창의 아름다운 사모곡― 안숙선의 이야기창극 <두 사랑> / 마지막 광대 김덕수 / 훌륭한 기업가 백성학 회장의 영화예술 사랑― 단성사 영화역사관의 개관에 부쳐
제3부 문화예술계 편편상(片片相)
최초의 트로트 작사가 왕평 / 초창기 여배우 이월화(李月華)의 드라마틱한 삶 / 외원내방(外圓內方)의 덕인 이해랑 / 40여 년간 지켜본 인간 차범석 / 원로 셰익스피어 학자의 마지막 선물― 신정옥의 『한극 신극과 셰익스피어 수용사』 / 스타 연출가의 노익장― 정일성 연출의 <아비> 공연에 부쳐 / 한국의 사라 베르나르, 배우 손숙 이야기 / 한국 연극사에 우뚝한 새로운 이정표― 김미혜 완역 『헨리크 입센 희곡전집』 / 무대미술로 기록한 지방 연극사― 민병구가 기록한 무대미술사 / 극단 신협, 한국 주류연극의 중추 / 초심을 잊지 말기를― 국립극장 70주년을 돌아보며 / 헨리크 입센의 한국 수용에 대하여― 용아 박용철의 번역을 중심으로 / 한국 연극의 등대가 되어준 이해랑연극상 / 뮤지컬 전성시대― 30주년 맞은 뮤지컬 전문극단 신시컴퍼니를 바라보며 / 강원도 연극의 꿈나무― 강원도립극단 10년에 부쳐 / 젊은이들에게 나라의 희망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세태에 대한 단상
저자소개
책속에서
떨떠름한 상태에서 그 L 교수의 부탁을 받고 여름방학 동안 국립도서관을 다니며 자료를 뽑는 일을 도우면서 나 나름대로 이것저것 뒤적여보니 연극사에 관한 양서들은 여럿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경성제대 조선어학과 출신의 요절한 김재철이 『조선연극사』를 낸 것이 유일했음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분야야말로 개척할 만한 학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퍼뜩 소년 시절에 나를 경탄시켰던 서커스단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왜냐하면 서커스도 일종의 연극이 아닌가 생각되면서 그 젊은 L 교수와 서커스단 단장이 오버랩되었다. 두 사람은 비슷한 또래의 핸섬한 멋쟁이였다. 솔직히 난 당시에 간절히 기다리던 그 서커스단이 다시 왔으면 따라나섰을지도 모를 만큼 서커스에 푹 빠져 있었다. 그랬으면 나는 서커스단에서 잔심부름부터 시작하여 여러 기술을 익힌 단원으로 전국을 떠돌아다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속으로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단체는 마을 수호신의 상징이라 할 솟대를 한가운데 세워놓고 풍물을 비롯하여 솟대타기, 죽방울 돌리기, 탈춤, 가무, 땅재주, 줄타기, 굿놀이, 곡예, 재담 등 각종 기예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들의 레퍼토리는 가무체기(歌舞體技)가 주를 이루었고 식자들에게는 하찮게 보일지 모르지만 해학과 풍자 속에는 당시 민중들의 사회관, 인생관이 함축되어 있었다.
이렇게 여러 형태의 유랑예인단들이 모두 비슷비슷한 레퍼토리들을 갖고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전제군주 시대의 억눌림과 가난, 차별, 그리고 더 나아가 세상과 불화하여 영육으로 고통받고 있던 민중에게 놀이로서 울화와 시름을 달래주고 즐거움을 선사함으로써 삶에 의욕을 돋워주었다. 전 시대에 정재(呈才)와 같은 궁중예술도 있었지만 유랑단체들의 영향력이 단연 압도적이었다. 마치 오늘날 코로나로 고통 받고 있는 대중에게 트로트 가수들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도 같다.
1916년생 연극인들은 대체로 1945년 해방공간에서 빛을 조금씩 발하다가 6·25전쟁이 끝난 이후에 우리의 문화예술을 이끌었고 1980년대에 와서 다음 세대에게 바통을 넘기게 된다. 이처럼 이들은 근대연극으로부터 현대연극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는데, 이는 곧 한국 근현대문화의 허리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사람도 허리가 튼튼해야 몸 전체가 건강하듯 이들의 극작, 연기, 연출 그리고 연극 교육 등의 역할이 오늘날의 풍성한 현대연극을 있게 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 주도적인 인물이 바로 이해랑 선생이었다. 즉 그는 해방 이후 정극의 주류라 할 극단 신협을 이끌면서 국립극단의 연출을 도맡아 했고, 동국대학교 연극과 교수로서 후진들을 양성하는 한편 이동극장운동을 통하여 지방 연극의 불모지에 연극의 싹을 틔웠으며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의 회장으로서 예술인들의 복지 문제를 부분적이나마 해결한 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