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경제경영 > 기업 경영 > 경영전략/혁신
· ISBN : 9791155099094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5-12-07
책 소개
목차
1. 모방을 찬미하여 모방, 원조, 발명, 혁신 그리고 로큰롤의 황제
2. 어떻게 모방할 것인가 좋거나 나쁘거나, 정밀하거나 느슨하거나, 가까이에서 또는 멀리서
3. 어떤 종류의 문제인가 : 지도와 그림 어떤 종류의 행동을 변화시키려고 하는가?
4. 어디에서 모방할 것인가 : 패턴집 모방하고 베끼고 차용할 52가지 전략
5. 더 잘 모방하기이제까지 배운 것을 실전에 적용하기
리뷰
책속에서
다년간 아시아 국가들은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서구의 제품과 제조 기술을 모방하는 데 열중했다. 일본과 한국이 유럽과 미국에서 생산된 전자 제품의 싸구려 모조품을 만들다가 마침내 관련 산업 대다수를 지배하게 된 과정을 생각해보라. 오늘날에는 중국이 이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지칭하는 ‘산자이〔Shanzai, ‘산채(山寨)’, 산적의 소굴을 뜻하며 정부의 관리가 미치지 않는 곳이라는 의미다. 이런 종류의 모조품이 처음 생산된 공업 도시 선전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산자이 제품은 13억이라는 새로운 소비자(특히 새로 개발되거나 멀리 떨어진 신도시나 농촌에 사는 중국 인구의 60%)의 취향과 예산을 만족시키기 위해 중국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산자이 제품의 질 떨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유혹이 들긴 하지만). 산자이 제품의 품질은 대부분 진품만큼 좋으며 심지어 진품보다 더 뛰어난 경우도 종종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가운데 10~20%는 산자이 제품으로 추정되는데, 브랜드 상표가 없어도 터치스크린이나 음악과 비디오 재생 기능, 게임 기능은 동일하다. 여기에 부가적 기능도 추가되어 심카드 슬롯이 두세 개 되는 경우도 있다(중국 도시가 무선 네트워크가 불안정하기로 악명 높아서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여분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게다가 산자이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진품 생산 비용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영리한 몇몇 서구의 기업들은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역으로 산자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노키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류학자를 고용해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산자이가 거둔 혁신 보고서를 받아보고 있다. 결국 모방자를 물리치는 방법은 모방자에게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놓게 한 다음 이를 역으로 모방하는 것이다.
- <우리는 훨씬 더 노력한다> 중에서
18세기 초에 콘월 지방의 탄광에서 석탄을 더 깊숙이 채굴하려면 그 속에 고인 지하수를 45미터 넘게 지상으로 퍼내야 했다. 몇몇 이들은 증기기관을 활용해 배수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는데, 토머스 뉴커먼도 그중 한 명이었다.
뉴커먼이 발명한 기관은 증기를 압축하여 진공 상태로 만드는 원리에 기초해 있었다. 무척 효과적이었던 뉴커먼 기관은 말이 500마리나 동원되었던 일을 대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여기서 마력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그러나 뉴커먼 기관에는 에너지가 비효율적으로 낭비되는 명백한 단점이 있었다. 두 개의 실린더가 교대로 가열되었다가(대부분의 열이 실린더가 증기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소진되었다) 다시 냉수로 냉각되기 때문이었다. 와트는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와트는 실린더에 별도의 응축기를 추가함으로써 실린더가 냉각되지 않은 채 다시 가열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뉴커먼 기관의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꾸어 회전식 증기기관을 개발했다. 와트가 이룬 핵심 업적은 진정한 혁신이라기보다 ‘해킹’이었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우리가 교과서로 배웠던 바와 달리 와트는 아무것도 ‘발명’하지 않았다. 그는 뉴커먼이 설계한 기관을 혁신했을 뿐이다. 하지만 모방하는 동시에 보완했고 그것은 훌륭한 모방이었다.
20년간 와트와 그의 파트너 매슈 볼턴은 특허권을 강력하게 지켜냄으로써 다른 사람이 자신의 기계를 다시 개량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들의 사업 모형은 소유가 아닌 임대에 기초했기 때문에 와트의 기계를 임대한 사용자들은 와트-뉴커먼 기관을 개선하지도, 개선한 내용을 남들과 공유하지도 못했다. 이 과정에서 와트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속에서 저택에 처박힌 채 복수만 계획하는 구두쇠 영감처럼 와트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괴팍해졌고, 자신의 특허권을 법적으로 보호하는데 지나치게 매달린 나머지 많은 친구를 잃었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그의 특허권이 만료되었을 때(19세기로 전환되던 해였다) 와트는 무척 부유했지만 혼자였고 불행했다. 그 뒤로는 영업도 잘되지 않았다. 서로 더 좋은 해결책을 내놓고 배울 수 있는데 왜 굳이 와트의 기관을 구입하겠는가? 때마침 창간된 잡지 <린스 엔진 리포터>가 기술자들이 ‘개선책’과 ‘비법’을 공유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선된 증기기관을 와트 기관과 비교하면, 와트가 처음에 뉴커먼 기관을 개선했던 것과 비등할 정도로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한때 위대했던 ‘개선책’은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되었고 효과 면에서 특별한 가치도 없어지고 말았다.
- <모방과 보완> 중에서
우리가 새로움에 집착하는 부분적인 이유는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나 도전 과제가 고유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닥친 과제가 그전까지 경험한 어떤 경우와도 같지 않으며, 따라서 그에 걸맞은 고유하고 특별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경향을 ‘고유성의 독재(tyranny of the singular)’라고 부른다.
고유성의 독재는 문제에 당면한 인물과 문제 해결사이길 자처하는 이들 모두를 치켜세운다. 전자는 자신이 직면한 도전이 고유하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지위가 상승한다. 오직 최고만이 그처럼 해결하기 까다로운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사람들이 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고유한 기술과 천재적 전략/비법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양측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문제가 주어지든 초능력이나 대담한 용기가 아니고서는 이를 해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는 ‘자아실현’을 고무하며, 저마다 자기만의 노래와 생활 방식과 자아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 심리 상담가의 소파를 찾든 서점의 어두운 자기 계발서 분야를 뒤지든 아니면 영혼의 길고 어두운 밤을 지새우든, 그 방식은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오직 외로운(때로는 괴로운) 천재가 어마어마한 고립 속에서 마법을 부려야만 탄생한다고 우리는 배웠다. 그런 이유로 우리 문화에서는 피카소와 셰익스피어, 뉴턴, 잡스, 프로이트 등 혁신을 이룬 개인주의적 영웅들이 존경받는다(이들이 찬란한 업적을 이루고 마침내 대중의 찬사를 얻기까지 걸어온 영웅적 여정도 함께 칭송된다. 심지어 창조적 업적을 이루기 위해 한평생 외길을 걸은 영웅에게 대중의 찬사가 쏟아진 시점에서 이미 그 영웅이 대중의 외면과 가난으로 얼룩진 삶을 마친 뒤라 해도 우리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반면 예술에서든 상업 시장에서든 평범하고 하찮은 것은 모두 죄다 모방한 탓이라고 비난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 그들의 삶은 모방이고, 그들의 생각은 남의 의견일 뿐이다. 그들의 열정 또한 그럴듯한 인용구의 조합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던 오스카 와일드처럼 말이다.
- <고유성의 독재> 중에서
코카콜라는 핵심 제품인 ‘레드 코크’가 블라인드 시음 테스트에서 펩시에 밀린다는 고질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신제품 ‘뉴 코크’를 출시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대실패로 끝났다. 신제품은 수많은 소비자에게 외면당했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본래 가지고 있던 호감마저 잃었다(‘우리는 옛날 콜라를 좋아하는데 왜 바꾼 거죠?’). 코카콜라가 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에 뒤질세라 펩시가 내놓은 신제품도 말썽을 일으켰다. 펩시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재능 있는 패키지 디자이너를 고용해 트로피카나 주스 패키지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하지만 결과는 가히 재앙이라 할 수 있었다.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전화는 불통이었다.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못 알아봤다는 항의 전화 탓이었다(새롭게 디자인한 패키지는 매력적이긴 했지만 마치 슈퍼마켓의 자체 브랜드처럼 보였고, 진열대에 함께 놓인 다른 제품에 묻혀 전혀 눈에 띄지도 않았다).
- <어디에서 모방할 것인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