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55400777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16-04-06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인간의 오래된 벗, 소문의 미래를 가늠하다
제1장 세상이 수상해지면 등장하는 수상한 이야기
1. 상상에서 현실로 변화한 소문
소문에 놀아나는 사람들 | 예언의 자기성취 |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사재기 소동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폭동설 | 누구나 휩쓸릴 수 있는 그럴 듯한 이야기
퍼지는 소문, 확대되는 피해 | 21세기에도 반복되는 양치기 소년의 후회
2.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소문
확장되는 소문의 범위 | 중요하지 않은 사실 | 소문 검증, 흑색선전 | 유언비어, 가십, 풍평, 도시전설
3. 공포와 불안을 먹고 성장하는 소문
수상한 사회 분위기와 소문의 확산 | 중요함과 애매함의 곱, 소문의 공식 | 금융 불안과 예금 인출 소동 | 소문의 전달 루트 | 소문의 성립, 가까운 사람과 믿을 만한 근거 | 대중이 패닉을 일으킬 것이라는 신화 |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정상화의 편견 | 소문을 보는 관점을 바꾸다 | ‘우주전쟁’으로 벌어진 혼란 | 정보에 대한 비판력
제2장 진실과 거짓을 넘나드는 이야기
1. 그럴싸한 정보로 탈바꿈하는 소문
소문을 다루는 세 가지 고전 | 전달되며 정보가 붕괴되는 과정 | 왜곡되는 목격 증언 | 복원시키면서 편집되는 기억 | “맥아더는 일본인의 후손이다!” | 입소문 정보의 두 가지 관점 | 소문의 근거, 전문성과 신뢰성 | ‘그럴싸하게’ 덧붙여지는 근거들 | 불안과 해결책을 함께 제시하는 구조
2. 억눌러야 하는 불편한 ‘진실’이 된 소문
보도와 유언비어의 구별 | 유언비어로 표출된 여론 | 언론통제로 단속되는 소문 | 확대 해석된 소문은 불온한 언동 | 불안한 민심을 반영하는 소문 |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야기에 숨은 차별의식
3. 내 옆에서 함께 성장하는 소문
소문을 다루는 고전의 두 가지 문제점 | ‘발신자-수신자 도식’에 대한 비판 | 커뮤니케이션의 두 가지 측면 | 미디어의 차이에 따른 소문의 변화
제3장 문화공동체를 만들어낸 도시의 수상한 이야기
1. 도시의 상상력이 모인 소문
‘오뚝이’가 된 여대생 괴담 | 장르화된 도시전설의 인기
2. 대중문화 속으로 들어간 소문
일본 전역을 떠돈 ‘입 찢어진 여자’ | 도라에몽과 사자에상의 마지막 모습 | 도시전설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형성 | 빅쿠리맨 초코와 코알라 마치의 인기 | 상품화되는 도시전설 | 학교괴담 전성시대 | ‘괴담 이야기꾼’의 등장 | 미디어에서 완성된 도시전설
3. 사실관계를 뛰어넘은 ‘신화’가 된 소문
변하는 디테일, 유지되는 모티브 | 디테일은 가까운 주변의 이야기로 | 반복되는 교훈적인 소문 | 세상이 나빠진다는 분위기의 확산 | 소문이나 도시전설을 일상과 구별하는 방법 | 신화에는 신화로, 소문의 해소
제4장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은밀한 이야기
1. 사람과 사람의 감정을 잇는 소문
알고 싶고, 말하고 싶은, 소문의 욕구 | 은밀한 공유를 통한 유대감의 강화 |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감정의 공유
2. 누구나 부담 없이 꺼낼 수 있는 소문
막간을 이용한 화젯거리 | 가십의 기능, 정보, 집단규범, 엔터테인먼트 | 커뮤니티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십 | 사라진 가십, 고립되는 관계 |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이야기
3. 미디어와 공생하는 도시전설
가볍고 즐거운 화젯거리, 도시전설 | ‘납득할만한’ 이야기의 확산 | ‘현대의 신화’로 공유되는 도시전설 | 새로운 문물과 문화가 퍼질 때마다 나타나는 이야기 | 낯선 문화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는 이야기 | 영화로 활용되는 도시전설 | 뉴스가 다루는 도시전설 | 당대의 화제를 반영하는 뉴스 | 뉴스가 확대시키는 소문 | ‘미디어가 숨기고 있다’는 소문의 기묘함
제5장 새로운 소통 수단으로 변화하는 이야기
1. 다양한 미디어로 진화하는 소문
소문의 속도를 높인 미디어 | 한 장의 전단지에서 시작된 소문 | 소문의 성립 자체에 관여하는 미디어 | 미디어의 소재가 전하는 메시지
2. 인터넷이라는 미디어를 만난 소문
인터넷의 특징, 신체성의 결여 | 인터넷의 특징, 익명성 |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의 분류
3. 다채로운 인간관계로 뻗어나가는 소문
전화를 통한 심리적 이웃과의 대화 | 휴대폰을 통한 ‘선택적 인간관계’ 교류 | 휴대폰 주소록에 등록된 친구들 | 연락 가능한 친구 수의 변화 | 달라진 인간관계에서 확대되는 용건
제6장 우리를 매혹하는 인터넷의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
1. 메일로 퍼지고 기록되는 소문
메일 이용의 확산 | 메일의 메시지, 비동기성 | 메일의 메시지, 기록성 | 메일로 확산되는 가벼운 소문 | 불행의 편지보다 행운의 순환 메일 | 선의로 보낸 순환 메일이 일으킨 소동 | 빠른 확산, 빠른 수습 | 다양한 미디어로 전파되는 오늘날의 소문 | 어디에든 남는 소통의 기록
2. 인터넷에서 온갖 소동을 퍼뜨리는 소문
소문의 온상, 익명의 소통 공간 | 근거가 있어야 퍼질 수 있다 | 비슷한 사람들과 보고 싶은 정보만 공유하는 교류 | 모으는 정보, 집단 분극화, 캐스케이드 현상 | 각각의 입장에서 파편화된 소문의 증식 | 정보에 대한 신뢰 요구와 인터넷의 공개성 | 인터넷을 움직이는 호혜성의 법칙 | 사라지지 않는 기록 | 저장되고 검색되는 게시물 | 반드시 남는 발신자의 단서 | SNS가 빚어내는 새로운 갈등과 소동 | 구체적인 맥락이 누락된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 ‘보여주고 싶은 나’를 구축하는 공간 SNS | SNS에서 퍼지는 ‘좋은 이야기’ | ‘보여주고 싶은 나’,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
3. 소문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각종 미디어의 이용 실태 | 여전히 강력한 대중 미디어의 힘 | 합리적인 행동의 예기치 못 한 결과, 풍평피해 | 신뢰감을 주지 못 하는 제도적 채널의 문제 | 풍평피해를 막기 위한 대항신화의 가능성 | 소문 대처에 필요한 덕목, 애매함에 대한 내성
마치는 글 우리에게는 여전히 ‘소문’이 필요하다
리뷰
책속에서
소문이란 극히 일부의 속기 쉬운 사람에게만 확산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사실 여부를 자기 나름대로 확신한 것이지, 근거 없는 말을 그대로 전한 게 아니다. 오히려 ‘사실’로 여겼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도 전한 이야기가,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되어 ‘소문’으로 규정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소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소문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바꾸는 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된다.
소문이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파생되는 정보’이자 ‘반드시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는, 어떤 상황 설명만으로 많은 이들에게 그럴싸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확산되는 것’이다. 때문에 체제 측에서는 ‘잠재적 여론’인 소문에 사람들의 의식이나 감정, 의견이 쏠리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이 같은 시선은 나아가 ‘익명으로 길거리에 쓴 낙서’에도 향해 있다.
분명히 아무나 괴담의 화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화자의 존재에 더해 이야기를 잘하는 아이의 말에 맞장구치며 청자로 참가하는 아이도 반드시 있다. … 중고생에게는 수학여행지에서 보내는 밤 시간이 괴담을 공유하는 중요한 상황이 된다. 괴담을 말하는 사람이나 괴담이 나오는 상황 자체에 주목하면,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괴담과 요즘 미디어에서 연출된 괴담 사이의 연결고리를 엿볼 수 있다.
풍평피해는 있지도 않은 것에 혹해 발생하는 것도, 차별 의식을 가진 사람이 불확실한 정보에 놀아나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이들이 자기 손 안에 있는 정보를 갖고 합리적으로 행동한 결과 생기는 현상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풍평피해가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기는 게 중요하다. 이는 소문의 대책과 마찬가지다.
휴대전화 문자나 인터넷에서 정보를 확산시킨 사람의 대부분은 악의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나의 이야기가 어떻게든 참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선의에서 그렇게 행동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똑같은 생각으로, 많은 이들이, 동시다발적인’ 행동에 나섬으로써 역효과를 초래했다. 대지진 이후 불확실한 거짓 정보가 도리어 신뢰를 받아 널리 확산된 경우 또한 많았다. ‘거짓말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걱정되니까’라는 핑계로 불확실한 정보를 확산시킨 게 진짜 필요한 정보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건 오래 전부터 반복해서 배워온 교훈이다. 그럼에도 정보가 통제된 상황을 맞으면 우리는 또 다시 소문을 반복한다.
기존의 소문 연구는 공식 발표나 미디어 등 제도적 채널의 대척점으로서 소문을 다뤘다. 하지만 다양한 미디어가 보급된 오늘날에는 정보 환경이 크게 달라져 소문의 전파 역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소문의 내용만이 아니라, 그것을 전하는 매체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소문론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심야 라디오나 잡지에서는 미디어, 혹은 얼굴을 맞대는 관계성과는 다른 ‘특별한 공동체’가 성립되었다. 이는 편집자나 방송작가, 진행자가 독자와 청취자에게 응모를 권하고, 보내진 사연을 평가해 아예 이야기의 소재로 끌어올리는 일종의 무대였다. 엽서를 보내는 젊은이들에게 그 사연의 가치를 평가받는 건 공동체에 의한 승인이나 마찬가지였다. 도시전설이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야기’, ‘있다면 무서운 이야기’ 등 하나의 소재로 창작되고 소비, 공유된 것이다.
소문은 사실관계를 뛰어넘은 ‘신화’, 또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소문을 없애기 위해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 신화성이나 이야기성 자체를 ‘약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소문은 기존의 인간관계를 통해 전파되고 확산된다. ‘아무나 얻지 못하는 정보’를 알려준 지인에게 감사함과 친밀감을 느끼며 호혜성의 법칙 역시 작동한다. 이렇듯 소문은 사람과의 관계성을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
전화나 휴대폰은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만이 아니다. 전달해야 할 용건을 늘리고, 사람과 사람의 연결방법을 바꿔가며 사회 운영에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다. 소문과 전화, 휴대폰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이 점은 중요하다. 소문은 전화나 휴대폰이라는 도구에 의해 좀 더 짧은 시간 내에 광범위하게 퍼진다. 다만 구두로 전하는 것을 대신하기 위해서만 전화나 휴대폰이 사용되진 않는다. 전화나 휴대폰이 있으므로 그 이전과는 다른 인간관계가 유지되고, 그 속에서 소문이 전달되는 것이다. 휴대폰을 통해 연락 가능한 지인의 주소가 손 안에 대거 저장됨으로써 소문의 확산법도 달라졌다. 이 같은 특성에 보다 큰 영향을 받은 게 바로 ‘문자메시지를 통한 소문’이다.
일반적으로 ‘메일로 인해 소문이 확산되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빨리 확산되는 만큼 빨리 수습되기도 한다. 내용이 문장으로 남겨지는 메일의 경우 구전으로 확산되는 소문보다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쉬워 소문이 쉽게 단명할 수도 있다.
하나의 소문이 메일, 인터넷으로 확산되고, 출력되어 찌라시 형태로 배포되거나 게시판에 부착된다. 이를 발견한 사람들은 구전으로 개요를 전하고 미디어도 다룬다. 현대적인 소문은 결코 구전만으로 전해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하나의 미디어만으로도 확산되지 않는다. 각각의 경우에 맞춰 미디어를 활용하는 오늘날의 소문은 ‘미디어 믹스형’이라 말할 수 있다.
대수롭지 않은 ‘좋은 이야기’가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정기적으로 퍼지는 건 인터넷이 넷로어의 저장고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넷로어가 확산되었다가 또 한동안 잊힌다. 하지만 이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기록성이 뛰어나고 검색도 가능한 인터넷이라는 저장고에 보관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로 인해 다른 기회에 그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재차 유포되기도 한다.
애매함에 대한 내성을 갖는다는 건 입을 다물고 애매함을 참는 게 아니라, 애매함을 피하기 위해 안이하게 결론을 내려버리는 태도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다. 애매함을 견디면서 장기적으로 애매함을 줄이기 위해 각종 정보를 지속적으로 접할 필요가 있다. 애매한 상황을 애매한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애매함을 줄여가는 것, 즉 애매함에 대한 내성을 갖는 것은 풍평피해의 대책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쓰나미로 사라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봤다’로 대표되는, 이른바 ‘유령 출몰설’이 쓰나미 피해지에서 떠돈다는 이야기를 시부이 씨에게 들은 적이 있다. ‘유령을 봤다’ 해도 이는 단순한 괴담이 아니다. ‘유령이라도 좋으니 꼭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절절한 기대에서 나온 ‘일종의 희망 목격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