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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문명/문명사
· ISBN : 9791156330134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4-04-1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신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그와 그녀의 연대기
1장 “아리따운 처녀야, 저 나무 밑에 누워 보아라.”
: 그리스 로마 시대, 5세기 이전
어리석고 사악한 여자의 탄생 / 남자는 먹고 여자는 먹힌다 / 여자는 본능적으로 성행위를 갈구한다 / 남자의 성은 완전무결하다 / 미소년은 남자로 만들어져야 한다
2장 “천국을 위하여 스스로 된 고자도 있도다.”
: 초기 기독교와 중세 시대, 3세기~15세기
정욕이라는 괴물과 싸우다 / 처녀를 찬양하라 / 정욕의 화려한 귀환
3장 “할 수 있을 때 서로를 즐기자.”
: 르네상스 시대, 14~16세기
넓고 풍만한 유방의 유혹 / 좋아서 하는 섹스는 죄가 아니다 / 쾌락의 발견
4장 “나는 당신의 장난감 같은 존재였어요.”
: 계몽주의 시대, 17~18세기
성욕마저 노동력으로 바꾸는 시대 / 떠돌아다니는 자궁 / 짐승 같은 남자, 꽃 같은 여자 / 성 중독자들
5장 “순결을 잃은 여자는 행복할 자격이 없다.”
: 빅토리아 시대, 19세기
오직 사랑 / 빅토리아의 도덕 / 홀로 저지르는 탐닉 / 감히 사랑이라 불릴 수 없는 사랑 / 눈을 감고 아베마리아를 외치다
6장 “벗어버려! 자, 어서!”
: 성해방 시대, 20세기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라 / 제3의 성 / 여자들이여, 즐겨라
에필로그
당신의 섹슈얼리티는 안녕한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1장_ 그리스 로마 시대, 5세기 이전
성행위에서 중요한 것은 남녀의 차이가 아니라 ‘하는 자’와 ‘당하는 자’의 차이, 능동성과 수동성의 차이다. 공격하는 자가 있으면 수비하는 자가 있듯이 능동적인 자와 수동적인 자로 구분되었다. 수동적인 남자는 여자로 취급당했다.
코스모스로 우주가 질서와 아름다움을 갖추었다고 해서 최초의 카오스적 요소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우주의 아름다운 질서 속에 혼돈이 내재했던 것이다. 따라서 자칫하면 현재의 아름다운 질서가 휘청거려서 다시 혼돈으로 돌아갈지 모른다. 이것이 고대 그리스인들의 두려움이었다.
_ 본문 : 21~22쪽.
혼란과 불안의 씨앗은 어떤 식으로든 설명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불행과 불화의 원인으로 여자가 지목되었다. 여자가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이유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악마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모든 불행과 악의 원인을 악마의 소관으로 돌리듯이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는 모든 혼란의 원인을 여자에게서 찾는다.
_ 본문 : 22쪽.
여성에 비해 남성의 피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성의 정치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액은 희소가치가 있는 반면 여성의 생리혈은 무가치하다는 뜻이다. 생리혈은 처분이 곤란할 정도로 남아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혈액이 부족한 남자는 될 수 있으면 몸에서 그것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한다.
_ 본문 : 34쪽.
중요한 것은 성별의 차이보다 역할의 차이다. 여자는 공격에 취약한 존재이고 남자는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강한 존재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몸을 타인에게 쾌락의 도구로 내어주는 사람은 여자나 노예로 간주되었다. 자유민이라면 자기가 나서서 주도권을 잡고 행위를 하는 지배자여야 한다. 성행위에서 수동적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단순히 성적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명예와 권위, 체면의 문제였다.
_ 본문 : 42쪽.
2장_ 초기 기독교와 중세 시대, 3세기~15세기
중세 수도승에게 육체는 악마였다. 아담과 이브의 원죄에 의해서 오염되고 타락한 것이 육체였기 때문이다. 순수한 육체라면 왜 이성의 나체를 보면 성적 욕망과 수치심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겠는가. 생식의 목적에서 벗어난 성행위는 악마의 유혹에 굴복한 죄악으로 간주되었다.
금욕주의의 먹구름이 드리웠던 중세에 ‘로마적 음경’은 수모와 굴욕을 당해야 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 오로지 남자의 성 하나가 존재하였다면 중세에는 성 자체가 아예 부정되었다. 중세 이전에는 취향으로 간주되었던 성행위가 중세에는 도덕의 영역으로 이관된 것이다. ‘성의 도덕화’가 시작된 것이다.
_ 본문 : 54쪽.
성욕은 인간의 육체가 죄를 범했으며 타락하였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성을 즐기는 생활은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증거로 간주되었다. 이교도나 세속적인 사람만이 쾌락적인 생활에 연연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나님을 믿기 위해서는 세속적인 삶으로부터 단호하게 돌아서야 한다.
_ 본문 : 56쪽.
초기 독실한 기독교인들은 자신의 타락한 몸을 정결하고 순수한 몸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신성한 바람을 품었다. 세속적 욕망의 껍질을 하나하나 벗기면 타락 이전의 순수한 몸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순수를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자처럼 성을 거부하고 동정童貞과 순결을 지키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고자鼓子가 이만큼 훌륭한 인간의 전형으로 존경을 받았던 적은 없었다.
_ 본문 : 63쪽.
쾌락을 위해 남편과 성행위를 한 아내는 창녀가 된 듯이 자신을 수치스러워해야 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러한 잠자리를 하는 것이 아내에게는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는 것보다 더욱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일이라고 주장하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편과의 사랑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처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남편의 외도가 인간에 대한 죄악이라면 쾌락을 위한 성행위는 자연의 섭리에 반하고 신에게 저항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_ 본문 : 73쪽.
3장_ 르네상스 시대, 14~16세기
위대한 부정(否定)의 시대였던 중세에 대한 반발로 르네상스는 위대한 긍정(肯定)의 막을 열었다. “하지 말라!”가 아니라 “원하는 대로 하라!”가 시대의 정신이었다. 장밋빛 육체가 화려한 날개를 펴고 유방이 에로티시즘의 전당에 입성하였다.
르네상스 화가들은 죄가 없이 영적으로 완전한 마리아는 아름다움도 완전해야 한다고 보았다. 선과 미의 불일치를 강조했던 중세와 반대로 르네상스 시대에는 내면의 선과 진리를 외면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 추는 악이고 거짓이 되었다.
_ 본문 : 89쪽.
르네상스의 아름다움의 축은 금욕이 아니라 육체의 축제에 있었다. 육체의 쾌락이 작렬하는 한낮의 축제. 여인들의 엉덩이는 둥글고 포동포동하며 허리도 임신한 듯이 부풀고 팔과 허벅지는 군살로 미어터진다. 미술비평가 바사리Giorgio Vasari의 말처럼 “푸짐하고 둥근 몸fullness and roundness”들이 넘쳐난다. 아폴론의 절제가 아니라 디오니소스의 향락이 지배하는 시대인 것이다.
_ 본문 : 95쪽.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이 육체에 관심을 갖게 하는 데에는 거울 제작 기술의 발전이 한 몫을 했다. 작고 볼록한 거울이 큰 평면거울로 바뀌면서 몸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 것이다. 여기에 인쇄술의 발명도 한 몫 한다. 서적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화장법에 대한 책이 유행하였다. 화장법의 유행은 아름다움의 기준이 규범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의 조건으로 하얀 피부와 빛나는 금발, 빨간 입술과 볼, 검은 눈썹 그리고 둥글고 큰 유방을 꼽았다. 르네상스 시대에 확립된 외모의 기준은 이후 300년 동안 유럽의 역사를 지배했다.
_ 본문 : 96쪽.
르네상스 시대의 쾌락의 논리는 문학적으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모티브로 발전한다. “현재를 즐겨라.”로 해석되는 카르페 디엠은 젊고 건강할 때 삶을 즐기지 않으면 미래에는 기회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_ 본문 : 1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