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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56623229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17-10-23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끝없는 벌판
꺼지지 않는 등불
뜻대로의 삶
까이야
아득한 인간의 바다
미에우 나루터
낯선 사람
리뷰
책속에서
건기가 예년보다 너무 일찍 찾아왔다. 땡볕 내리쬐는 날이 그만큼 더 늘어난 것이다. 며칠 전 우리는 널따란 강가의 한 자그마한 마을에 배를 댔다. 욕이 절로 터져 나올 만큼 이 마을에는 마실 물이 거의 없었다(마치 우리가 기나긴 땅 위를 걸으면서도 편히 머물 땅 한 뼘 없는 것처럼). 주민들 모두가 극심한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아이들은 피가 나올 때까지 온몸을 긁어댔다. 주민들은 나룻배를 몰고 가서 마실 물을 사왔다. 먼 길을 가서 비싸게 사오는 물이어서 배를 몰 때는 물이 흘러넘치지 않도록 숨을 멈추고 조심스레 노를 저었다. 날품을 팔고 돌아온 오후에 사람들은 물때가 가득 끼고 시큼한 냄새가 진동하는 썩은 연못에 뛰어들어 정확히 두 양동이의 물을 몸에다 쏟아 붓는 것으로 목욕을 끝냈다. 쌀 씻고 난 물은 야채를 씻기 위해 남겨 두었고, 야채 씻고 난 물은 생선을 씻기 위해 모아 두었다. 세 살배기 아이들도 물 귀한 걸 알아 오줌이 마려우면 뜰로 열심히 뛰어나가서 고추나 파 화분에 오줌을 누었다.
서로를 애틋한 눈길로 바라보고, 손을 부여잡고, 머리를 매만지고, 서로를 위해 견디고 희생하는 사랑은 단지 소설 속에서나 존재했다. 디엔이 사랑하는, 현실 속의 그 여자는 하루에도 수많은 남자를 필요로 하는 여인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남자를 집어삼키는 상상을 펼칠 만큼 끔찍하게 많은 수의 남자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이었지만, 나중에는 몸 파는 일에 중독되어 다른 일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디엔은 그런 여자에 절망했다.
― 자네가 우리를 감동시키는군. 그래, 계속 얘기 해봐요. 봉기의 그날 밤에 대해서 말이야.
―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죠. 혼 섬의 우두머리를 죽인 뒤에(달이 대낮처럼 환한 그 밤) 덤 모녀를 잡아서 해변으로 끌어냈다고. 스승님께서는 아저씨들에게 등댓불이 꺼지지 않게 하라고 일렀대요. 그래서 배를 타고 락 마을로 돌아온 후에도, 등대는 사람들의 눈길 속에 타올랐대요. 한없이, 한없이, 한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