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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56759454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2-04-11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마침내 멀비 요원이 입을 열었다.
“아마 못 들어보셨을 거예요. 작년 봄, 코네티컷주 노워크 선로 옆에서 빌 만소라는 남자가 변사체로 발견됐어요. 매일 특정 열차를 타고 통근하던 사람이었는데 처음에는 사고로 기차에서 떨어진 줄 알았죠. 하지만 지금은 다른 데서 살해되었다가 선로로 옮겨진 걸로 보고 있어요.”
“들어본 적 없습니다.”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뭐 떠오르는 거 없나요?”
“뭘 보고 말입니까?”
“빌 만소의 죽음이요.”
“아뇨.”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조금은 거짓이었다. 뭔가가 떠오르기는 했는데 정확히 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없는 것 같네요.” 내가 덧붙였다.
멀비 요원은 다시 기다렸고, 내가 말했다. “왜 날 만나러 왔는지 말해주시죠.”
그녀는 가죽 가방의 지퍼를 열더니 종이 한 장을 꺼냈다. “2004년에 당신이 이 서점 블로그에 썼던 리스트, 기억하세요?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리스트였죠.”
1981년에 개봉한 〈보디 히트〉는 로런스 캐스던 감독의 저평가된 네오 누아르 작품이다. 그 영화에서 폭탄 전문가 테디 루이스는 명대사를 남긴다.
“근사한 범죄를 저지르려고 할 때마다 엿 될 방법이 쉰 가지는 돼. 그중에서 스물다섯 개만 생각해내도 천재지……. 그리고 넌 천재가 아니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범죄소설들을 살펴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범죄, 다시 말해 완전범죄를 시도한 범죄자들—대다수는 죽거나 감옥에 갔다—이 수두룩하다. 그들 대다수가 궁극적인 완전범죄, 즉 완벽한 살인을 저질렀다.
다음은 내가 생각하기에 범죄소설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독창적이며 실패할 염려가 없는(그게 가능하다면) 살인을 저지른 작품들이다. 범죄소설 분야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들도 아니고, 이 책들이 걸작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범인이 완벽한 살인이라는 이상적인 개념을 거의 깨달은 작품들이다.
범인이 누구든 간에 단순히 내 리스트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범인은 나를 알고 있다. 잘은 모르더라도 약간은.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아니 확신하는 이유는 멀비 요원이 언급한 다섯 번째 피해자 때문이다. 록랜드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일레인 존슨. 사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 이름을 듣자마자 내가 아는 일레인 존슨과 동일인이라고 확신했다. 예전에 비컨힐에 살았던 그녀는 우리 서점 단골이었고, 우리 서점에서 작가를 초대하는 낭독회가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아까 그 자리에서 멀비 요원에게 바로 말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앞으로도 꼭 말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기 전까지는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멀비 요원도 틀림없이 내게 숨기는 정보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도 이 정보를 숨길 것이다.
난 나 자신을 보호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