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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57740475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작가의 말 : 이 책을 쓴 절실하고도 솔직한 이유
옮긴이의 말 : 유려한 문장의 흔치 않은 북한 이야기
프롤로그
제1부 반 아틀란티스
제2부 21세기의 태양
리뷰
책속에서
“당신은 어느 한국 출신인가. 남한? 아니면 북한?”
이건 터무니없는 질문이다. 나 또는 어느 한국인이건 세계에 나와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북한 출신일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실제로 북한에선 누구도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북한은 자물쇠로 채워진 나라다. 남한으로부터, 세계 다른 나라들로부터, 가족들이 거기 갇혀 버린 우리들로부터 떨어져 자물쇠로 채워져 있다. 그 자물쇠는 “열려라 참깨”가 통하지 않고 그래서 세계는 아마도 이것이 애초에 왜 단단히 잠겼는지, 그리고 누가 열쇠를 던져 버렸는지를 잊어버렸던 것 같다.
우리는 온순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학대당하는 아이처럼 침묵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죄수가 되었는지, 얼마나 빠르게 우리 자유를 포기하였는지, 얼마나 빠르게 자유의 상실을 용인하였는지. 이 세상에서는 개인적인 요구는 없었고 모든 것에 대해 허가를 구하게 하는 것은 어린애 취급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 학생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자신 마음속의 욕구를 따르거나 원하는 어딘가를 마음대로 가는 개념은 여기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특히 그들 체제에서 그렇게 잠깐 머문 뒤 나 자신의 자유마저 상실한 나로서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학생들이 알도록 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북한 체제에 관해 더 알면 알수록 그들의 학점에 대한 집착이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는 열의 이상의 것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은 학점과 등수가 실제로 그들의 미래 전체를 결정짓는다고 믿었다. 예를 들어 그들은 대학에 지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대학 입시를 고교 2, 3학년 때 치렀고 그러면 지방정부가 그들이 어느 대학에 갈지를 결정했다. 면접은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학점으로 결정되지는 않았다. 부모의 배경 또는 ‘성분’이 그들이 어느 대학에 배정될지를 결정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김 총장에 따르면 이 나라 당 간부들 모두가 아들을 공사현장 대신 이곳에 두고 싶어 했기 때문에 다음 해 평양과기대 학부학생으로 들어오기를 원하는 긴 대기자 명단이 있다고 했다. 부패는 도처에 있었다. 그들의 학점은 그들을 구원해 줄 유일한 것이 아니었지만 그들이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