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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사상가/인문학자
· ISBN : 9791157830084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부조리
침묵
절제
충실
반항
에필로그
주
감사의 글
해제: 부조리에서 반항으로 가는 여정 - 이현우(로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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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카뮈만큼 개인적 민족적 정체성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은 작가도 드물다. 그는 피에 누아르였다. 피에 누아르는 19세기와 20세기에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 프랑스 알제리로 이주해 프랑스라는 한 국가의 시민이 되었지만, 프랑스어를 말하지 않고 프랑스 역사를 알지 못하며 어쩌면 살아생전 단 한 번도 프랑스 땅을 밟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 이름이다. (...) 1950년대에 카뮈는 그의 신화적 영웅 시시포스와 닮아 있었다. 그는 시시포스가 묶여 있던 기둥 대신 외국의 점령, 즉 프랑스의 점령에 대한 알제리의 저항이라는 비극적인 난관에 묶여 있었다. 수년 동안 카뮈는 아랍인과 피에 누아르 모두를 위하여 정의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해답을 찾느라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불가능한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목숨의 위험도 불사했다. 그러나 결국 실패하여 침묵에 잠겼으며, 1960년 사망할 때까지 침묵을 지켰다.
《반항하는 인간》을 둘러싸고 사르트르와 치열하게 공방을 펼치던 시기에 그에게 받은 모욕은 ― “당신의 음울한 자만심과 나약함이 한데 얽힌 성격이 언제나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하도록 사람들을 가로막은 거요.” ― 카뮈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는데, 바로 그의 말에 어느 정도 진실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모럴리스트로서 카뮈의 위상이 낮아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결함은 카뮈를 우리와 더 가깝게 만들어줌으로써 그 나름의 미덕을 지닌다.
카뮈는 몽테뉴가 인정했을 윤리적인 태도에 이례적일 정도로 충실했다. “나는 절박한 요구를 지닌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날 내가 옹호하고 제시해야 하는 가치관은 평범한 가치관이다. 이것은 과연 나에게 있기나 할지 의심스러울 만큼 빈약하고 부족한 어떤 재능을 요구한다.” 카뮈의 평범한 가치관 가운데에는 목적이 결코 수단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규칙이 한 번 위반되면, 선의의 남자와 여자들은 서로 상반된 목적을 위해 경쟁을 시작할 테고, 그들 뒤엔 유린당한 인류만 남게 될 것이다. 카뮈는 고뇌에 찬 일기의 서두에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상기시켰다. “지금 내 노력은 이런 나 자신의 존재를 혼자서 끝까지 끌고 가기 위한 것이며, 내 인생이 어떤 양상을 취하든 그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무척이나 견디기 힘든 외로움을 걸고서라도. 항복하지 말 것, 그것이 모든 비결이다. 굴복하지 말 것, 배신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