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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운동 > 사회운동 일반
· ISBN : 9791159921117
· 쪽수 : 296쪽
책 소개
목차
서문_노동, 우리가 먹고살자고 하는 모든 짓/김현진
1. 고통의 문제
2. 연대는 습관이다
3. 7년의 밤
4. 해고는 살인이다
5. 소금꽃 줍기
쌍용차 해고 일지
녹취_재회
후기_노동자들은 여전하고 마음은 불편하다/이창근
책속에서
서문_노동, 우리가 먹고살자고 하는 모든 짓
지난 몇 년간 한국 노동계의 가장 처절한 싸움 중 하나였던 쌍용차 사태의 중심에서 격렬하게 투쟁한 이창근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기록하자는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어중간한 내 인생에서 그나마 지키고 싶었던 어떤 것을 배신하는 짓 같아 냉큼 승낙했다.
그렇게 우리는 2015년 여름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긴 싸움을 하면서 조울증을 앓고 있었고, 나는 10여 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우울증을 앓아오던 중이었다. 둘 다 밥을 잘 먹어야 낫는 병이다. 전혀 상관없었을 우리를 이어준 것은 결국 밥이었던 셈이다. 밥. 우리가 먹고살자고 하는 모든 짓.
1. 고통의 문제
일상에서 투쟁해나가는 삶을 살며 만나게 되는 단어들이 있잖아요? 그 단어의 원뜻을 보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저부터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소통의 기본은 분명함이 아닐까요. 그런데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법은 좀 뭉뚱그려진 것 같아요. 적확한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해서 그 단어가 가진 본뜻을 함께 나눠야 하는데 그냥 대강 넘어가버리는 느낌이랄까요. 조금 더 명징해질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이창근 씨와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계속 화제가 돌고 돌아 ‘고통’으로 돌아온다. 그는 계속해서 고통에 집중한다. 아마 도장 공장 안에서의 싸움, 함께했던 동지들의 잇따른 죽음, 대한문 싸움 등 길고 지난한 싸움을 거치면서 고통을 느끼는 통각을 살기 위해 스스로 둔감하게 만들었고, 그럼에도 자꾸만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그 고통 때문에 ‘이놈의 괴로움이란, 이놈의 고통이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골똘하다 그리된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