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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59921803
· 쪽수 : 660쪽
책 소개
목차
1 다이아몬드헤드에서
2 바다의 냄새
3 새로운 흐름의 충격
4 하늘에 키스하는 동안 잠깐 실례
5 탐색
6 행운의 나라
7 에티오피아를 선택하다
8 퇴락에 대항하여
9 바소 프로푼도
10 산이 흔들려 바다의 심장에 빠진다 해도
리뷰
책속에서
유럽인들이 도착하기 전의 고대 하와이에서 서핑은 종교적으로 중요했다. 기도와 공물을 드린 후에, 장인들은 신성한 코아, 혹은 윌리윌리 나무로 보드를 만들었다. 사제들은 너울에 축복을 내리고, 너울을 일으키려고 나뭇가지로 바다를 후려쳤으며, 어떤 파도 지점에는 신자들이 파도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 해변의 헤이아우스(사원)가 있었다. 영적인 곳이라 해도, 소란한 경쟁이나 대규모 도박을 막진 못했다. “마우이와 오아후의 챔피언들이 벌인 한 경기에는 4,000마리의 돼지와 열여섯 척의 전투용 카누가 판돈에 포함되었다.” 역사가 피터 웨스트윅과 피터 뉴설은 이렇게 썼다. 남자와 여자, 어린이와 어른, 귀족과 서민 모두 파도를 탔다.
나는 이제 햇볕에 그을린 이교도였다. 나는 은밀한 비밀을 공유하는 기분이었다.
다른 세계는 육지였다. 서핑이 아닌 모든 것. 책, 여자애들, 학교, 가족들, 서핑하지 않는 친구들. ‘사회’라고 부르게 된 것, 책임감 있는 소년에게 주어진 강요. 깍지 낀 두 손으로 턱을 받치고 나는 표류했다. 멍이 든 것 같은 색의 구름이 코코헤드에 걸렸다. 하와이 가족이 백사장에서 소풍을 즐기는 곳, 트랜지스터라디오가 방조제 위에서 쨍쨍 울렸다. 햇볕에 데워진 얕은 물에서는 낯설게도 삶은 채소 같은 맛이 났다. 그 순간은 거대하고, 잔잔하고, 반짝거렸으며, 일상적이었다. 나는 그 각각의 부분을 기억 속에 고정해놓으려 했다. 서핑이라는 문제에서 내게 선택권이 있다는 생각은 스치듯이라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매혹되었고, 그 감정이 이끄는 곳으로 따라갔다.
너덧 파도가 몰려 있는 파도 세트에 닿은 나는 파도 하나를 타고 올라 허공으로 치솟았다가 각각의 파도에서 해변으로 뿜는 물보라에 흠뻑 빠져버렸다. 몇 미터 뒤에서 터지는 파도 소리에 배 속까지 떨렸다. 그 안에 휩쓸리면 살아 나올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이런 확신이 든 적은 처음이었다. 서핑을 특별하게 만드는 공포의 선이라는 게 있지만, 여기서는 그것이 극히 무겁게 강조되었다. 나는 《모비딕》에 나오는 핍이 된 기분이 들었다. 배 바깥으로 떨어져 구조되었지만, 바다의 무한한 악의와 무심함이라는 환영에 망가져 정신을 놓은 사환 소년. 나는 열심히 패들하며 멀리, 통스 쪽의 라이스보울 암초를 멀리 돌아 해변으로 갔다. 머리가 어지럽고 굴욕적인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