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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9922619
· 쪽수 : 164쪽
책 소개
목차
사랑은 와락 시작된다
나는 언제부터 춤추는 법을 잊어버렸을까
첫 번째 편지: 세상의 끝까지 5일
단순한 건 없어요, 모든 건 복잡하다고요
눈을 감고 아래를 보는 것과 눈을 감고 앞을 보는 것
어려운 마음을 알아보는 눈
당신의 ‘카페 뮐러’는 어디인가요?
두 번째 편지: 끝나지 않는 식탁
달 달 무슨 달
하마와 함께하는 애도 파티
봄의 얼굴을 만질 때
세 번째 편지: 온몸에 화살이 박힌 것처럼
동률
시 - 동률
너무 많지만 언제나 부족한 이야기
이해의 영역
목적어 찾기
네 번째 편지: 달콤 쌉싸름한 나의 도시
사소한 사랑의 발견
다섯 번째 편지: 작아서 커다란
혼자 있어도 혼자 있고 싶은 시간
말이 되지 못한 고통은 춤이 된다
시차와 낙차
여섯 번째 편지: 당신은 그냥 피나 바우쉬예요
갈망의 이미지
시 - 갈망
흰가면올빼미와 검은가면올빼미 사이에서 마음은
나의 경험치가 시의 경험치라는 말
희디흰 안녕
시 - 파랑
일곱 번째 편지: 외투가 먼저 돌아와 있는 방에서
리뷰
책속에서
그러니까 나는 춤추는 법을 잊은 것이 아니라 춤을 발견하는 ‘눈’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 후론 눈을 뜨고 다니려고 노력했다. 놀랍게도 이젠 춤 아닌 것이 없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춤이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 춤이다. 자주 가는 카페의 2층 창가, 책으로 빨려들어갈 듯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여인의 어깨, 춤이다. 목줄에 묶인 개에게 질질 끌려가는 인간, 춤이다. 홀로 늦은 저녁을 해결하려고 만두를 포장해가는 남자의 검은 비닐봉지, 춤이다. 꽃다발을 들고 기둥 뒤에 숨어 연인을 기다리는 남자, 춤이다. 이삿짐 트럭이 떠나고 전봇대 아래 홀로 남겨진 커다란 곰돌이 인형, 춤, 춤, 춤이다!
작다는 말의 커다람을 이렇게 또 배운다. 눈을 감고도 충분히 앞을 보고 있었을 <카페 뮐러>의 무용수들처럼 나 역시도 눈을 감아본다. 눈을 감고 아래를 보는 것과 눈을 감고 앞을 보는 것의 차이에 아직은 둔감하지만 조금씩 연습해보기로 한다. 시인으로서 내가 감각할 수 있는 세계는 아마도 이런 것일 테다. ‘새가 날아간다’라는 문장과 ‘새로 날아간다’라는 문장 사이의 어마어마한 차이를 감지하는 일. 한 줄의 문장이 곧 하나의 우주임을 끈질기게 보여주는 일. 그렇게 한 단어, 한 문장 성실하게 만나다 보면 언젠가는 어둠도 암흑이 아니라 빛의 한가운데라는 사실을 알게 되겠지.
당신의 작품에서 숱하게 볼 수 있는 ‘반복의 동작들’도 제겐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한 행동을 한 번만 한다면 그건 그다지 공포스럽지 않아요. 문제는 반복입니다. 우매한 실수의 반복, 만남과 이별의 반복, 봄여름가을겨울의 반복, 아침점심저녁의 반복, 도레미파솔라시도의 반복, 우로보로스처럼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월화수목금토일의 반복, 팽그르르 돌아가는 팽이들, 나선형의 계단에 영원히 갇혀버린 사람들…. “우리는 다시 끝나지 않는 식탁에 앉아 질문으로 가득한 책을 써 내려가야 하겠지”라는 문장을 적었을 때가 꼭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삶이 지속되는 한 언제고 되돌아와야 할 장소로서의 식탁. 그러므로 끝나지 않는 식탁. 이 얼마나 무서운 장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