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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91159922695
· 쪽수 : 152쪽
책 소개
목차
서문
빈티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15분 후에 나는 표를 사서 근거리 왕복선에 탔다. 해는 이제 겨우 지평선에 빼꼼 돋아 오르려는 참이었다. 자리에 앉은 승객들 옆을 지나가면서, 쫑쫑 땋은 머리의 부숭부숭한 끝이 사람들 얼굴에 부딪히는 게 너무 의식이 되어 눈을 바닥으로 깔았다. 우리는 머리숱이 많은 편인데다가 더욱이 내 머리카락은 타고나길 굉장히 숱이 많았다. 큰이모는 걸핏하면 내 머리를 ‘오도도’라고 불렀다. 오도도 풀처럼 기세등등하고 무성하게 자라났기 때문이다. 떠나오기 직전에 나는 이번 여행을 위해 특별히 새로 만든 향기 좋은 오치제를 땋은 머리에 펴 발랐다.
탑승 보안 검사 줄에 서 있던 차에, 누가 머리카락을 훅 당겼다. 나는 뒤로 돌았고 한 무리 쿠시 여자들의 시선에 맞닥뜨렸다. 전부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내 뒤쪽 사람들 모두가 처음부터 다들 날 보고 있었던 것이다.
내 땋은 머리를 잡아당긴 여자가 자기 손을 보면서, 찡그린 표정으로 손가락을 비볐다. 그 여자의 손가락은 내 오치제가 묻어서 주황색이었다. 킁킁 냄새를 맡았다. “재스민 꽃 냄새 같은데?” 그 여자가 놀라서 자기 왼쪽 여자에게 말했다.
“똥이 아니야?” 한 명이 말했다. “똥 냄새가 난다던데, 똥이라서.”
“아니야, 틀림없이 재스민 꽃 냄새야. 그래도 냄새가 똥내처럼 독하긴 하네.”
“진짜 머리카락은 맞아?” 또 다른 여자가 손가락을 맞비비는 여자에게 물었다.
“몰라.”
“이런 ‘흙목욕꾼’ 족속들은 원래가 더러워.” 맨 처음 여자가 중얼거렸다.
나는 식탁에 앉아 우유를 주재료로 코코넛 조각을 넣어 만든 젤라틴질의 디저트를 한입 가득 만끽하며 헤루를 지그시 보고 있었다, 헤루는 나를 보고 있지 않은 참이었다. 나는 포크를 내려놓고 양손으로 내 에단을 들었다. 헤루가 옆에 있는 남자애와 이야기하는 걸 지켜보면서 에단을 만지작거렸다. 맛 좋은 크림 같은 디저트가 내 혀 위에 시원하게 녹아들었다. 내 옆에서 올로와 레미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자기들이 살았던 도시에 전해 내려오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물의 영처럼 흐늘흐늘한 목소리로 불러야만 하는 노래였다.
그러다 누군가 비명을 질렀고 헤루의 가슴이 쩍 벌어졌다. 헤루의 뜨듯한 피가 나에게 확 뿌려졌다. 헤루 바로 뒤에 웬 메두스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