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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59923470
· 쪽수 : 216쪽
책 소개
목차
서문
영문 옮긴이의 글
문장 하나
유치장에서의 첫날 밤
거울과 의사
교사
핑크색 폴더들의 공동묘지
부정
시간과의 조우
내 감방 주변에서의 여행
꿈
연쇄 살인범
메리엠
자기 자신의 운명을 써 내려간 소설가
심판
재판관의 걱정
나무의 정령들
공고
수갑
새
작가의 역설
옮긴이의 글
책속에서
내 마음속 불의 근원은 때때로 죽음에서 얻어질 것이고, 때로는 내가 마음속으로 쓰는 이야기들에서, 때로는 내 이름 위에 겁쟁이라는 낙인을 허락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에서 비롯될 것이고, 때로는 가장 과격한 상상을 풀어놓는 섹스가, 때로는 평화로운 몽상이, 때로는 새로운 진실을 만들어내기 위해 뜨겁게 달아오른 두 손으로 세상의 진실을 잡아당기고 비트는, 작가들에게 고유한 분열증이, 때로는 희망이 그 근원이 될 것이다.
이 두 개의 장벽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 보이지 않는 전투를 치르는 동안 내 삶은 지나갈 텐데, 나는 그 심연의 가장 끄트머리에서, 내 정신 속에서 자라는 나무의 가지에 매달려서, 제정신을 잃게 만드는 나약함에 투항하지 않음으로써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가 느꼈을 것을 느끼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의 체취를 훔치는 쥐스킨트의 주인공처럼 나는 그 젊은 교사의 모험을 취해 나만의 감정으로 채우고 그의 기억으로부터 나를 둘러쌀 몽상의 망토를 직조해낸 뒤, 그걸 뒤집어쓰고 그 안에 숨었다.
나는 눈 내리는 바깥에 서 있었다. 나는 얼어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내 의지로 나를 둘러싸고 있던 껍질을 깨고 나온 자였고, 이 세계의 쾌락을 버려 둔 채 영원을 향해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자였다. 내 존재의 모든 부분이 생생하게 살아나 그 탈주에서 오는 고통스러울 정도의 충일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삶과 죽음으로 만들어진 날개들을 벗어던지고 날개가 없는 몸으로 영원 속으로 날아가는 현기증 나는 경험을 했다.
상상력이 돌아오고 있었다. 내게 이야기를 들려줄 세헤라자데가 미소를 지었고 그녀의 머릿결이 헝클어지면서 물결쳤다. 프레스코 벽화들이 움직였다.
오아시스의 수면이 흔들리면서 다시 생명이 돌아왔다.
나는 먼지에 불어넣어 삶에 생명을 부여할 성스러운 숨을 되찾았다.
나는 다시 한번 생명과 시간의 창조주가 되었다.
나는 신을 탄생시켰다.
닷새 후에 그들은 나를 그곳에서 끄집어냈다. 나는 웃으면서 걸어 나왔다. 나는 산에서 내려오는 모세처럼 웃었다.
지금 나는 수천 개의 감방 중 하나의 감방에서 살고 있다. 이 방에는 플라스틱 틀 때문에 초록색 꽃처럼 보이는 시계가 걸려 있다.
나는 더 이상 절대 시간을 느끼지 않는다. 그것은 우주 속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어느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시간을 세지 않아도 된다.
감옥 안에서 나는 시간의 두 가지 모습, 온전한 절대의 그것과 나누어진 그것을 재발견했다.
지금 나는 내 안의 상상과 내 시계를 모두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