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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91159923500
· 쪽수 : 132쪽
책 소개
목차
라스트 울프
헤르먼
- 사냥터 관리인(첫 번째 판)
- 기교의 죽음(두 번째 판)
리뷰
책속에서
그저 웃음이 났다, 거리낌 없이 튀어나온 웃음이었지만, 그러다 한편으로는 허무함과 다른 한편으로 멸시감 사이에 어떤 차이라도 있는가, 또한 그 모든 게 대체 무슨 상관인가 하는 데 온통 정신이 팔리고 말았다, 왜냐면 이게 늘 제 곁에 따라붙어, 돌이킬 수 없이 세상만사 모든 것에 상관이 있고, 세상만사, 모든 곳에 있는 모든 것에서 번져 나가니까, 게다가, 실로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라면, 그게 무엇을 향하는지, 그리고 무엇으로부터 일어난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울 것이니, 어쨌거나 속 시원한 껄껄 웃음은 아니리라, 왜냐면 허무함과 멸시감이 몇 날 며칠 그를 압박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개뿔도 하지 않고, 정처 없이 그저 떠밀려 다니고, 슈파쉬바인에 앉아 그의 첫 번째 슈턴부르크 잔을 옆에 두고 몇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한편으로 그의 주변에 모든 것이 참말로 허무함이 뚝뚝 떨어져 내렸으니, 멸시감은 더 말해 뭐할까.
왜냐면 엑스트레마두라라는 모든 곳이 세상 밖에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엑스트레는 바깥을, 저기 멀리 벗어난 바깥을 의미하니까, 아시겠지요? 그런 이유로 그 땅이나 그 사람들이나 다 그렇게 놀랍도록 멋진 것이다, 아무도 불쑥 다가드는 세상의 위협적인 근접성이 야기하는 위험을 진짜 알지 못한다, 그들은, 엑스트레마두라 사람들은 끔찍한 위험 속에 산다, 그는 바텐더에게 설명했다, 왜냐면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곤경에 처할지, 만약 고속도로와 쇼핑센터들이 그들의 밭, 가난이 끔찍했던 그 밭에 대혼란을 일으키면, 어떤 영적 변화가 일어날지 전혀 알지 못했다. 왜냐면 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사진들을 보아서 그는 잘 안다, 끔찍했다, 무서우리만치 징글징글했다, 누군가는 정말 이에 종지부를 찍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계속 이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오직 하나 끔찍이도 통탄스러운 점은 그들이 이런 일을 하는 데 한 가지 길밖에 없다, 세상을 안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빌어먹을 생지옥을 인정하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것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비록 그들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엑스트레마두라에 있는 모든 것, 땅, 사람, 모든 것이 다, 저주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식이 부족하고, 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앞날에 어떤 일이 기다리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나 그, 그는 이를 통렬히 느꼈다.
그 기억이란—호세 미구엘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전체 이야기가 마치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충격에 싸여 눈을 둥그렇게 뜨고 방문객의 눈을 깊이 마주 보았다—젊은 암컷 늑대가 마치 방금 전의 일인 양 눈에 선하게 보인다, 내장은 쏟아지고, 그 안에 죽은 새끼째로 으깨진 배, 지금도 선하게 보이고, 나중에도 눈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늑대는 치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암컷이 다만, 임신했다는 오직 그 이유로, 배가 너무 불러 길을 재빨리 달려 지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부딪혔다, 그 때문에 무작위로 적용되는 확률의 사고에서 도망가지를 못했고 그리고 아마도 그 앞으로 살인자처럼 내달려오는 차를 모면하지 못했다고, 이런 생각이 떠올라 그는 그저 그 자리에 얼어붙어 가만히 섰다, 도로 한가운데 죽은 동물 옆에 서 있으니, 지나는 차들은 그를 향해 경적을 빵빵대며 그를 피해 가는데, 하지만 그 소리가 마치 아득히 먼 곳에서 나는 소리처럼 들려, 못 박히듯 옴짝 못하고 서 있었다, 만약 그의 동료, 나이 많은 사냥터 관리인이 오지 않았더라면 그 역시 치여 늑대 옆에 나란히 있었을 것이다, 나이 많은 동료가 이런 상태의 그를 길가로 홱 잡아당겼다, 그런 다음 늑대를 끌어내는데, 그는 거의 한참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동료 혼자서 다 처리해야 했다, 그런 다음에도 그가 무얼 하고 있는지도 거의 모른 채, 그는 하라는 대로만 따라하여 도왔다, 결국에 그들은 같이 늑대를 길가 도랑으로 끌어다 놓았고 즉시 늑대를 땅에 묻었다, 바로 거기 묻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그는 묻힌 자리가 어디인지 지목할 수 있다, 비록 지금은, 다시 그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지프를 출발시키면서 그가 말했다, 물론 뼈밖에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뭐라도 건지려고 한다면 말이지만, 그 문제는 그만 접어두자, 하고 그는 목을 가다듬고 가속 페달을 지그시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