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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60260557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7-08-17
책 소개
목차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심해어들
편리주의자 가라사대
나쁜 감기 사랑 감기
역자 후기
리뷰
책속에서
처음 말을 주고받은 날부터 그녀는 내 영혼을 사정없이 움켜쥐었다. 나는 가능한 한 그녀의 시야 안에 머물기 위해 3층 전차가 날아다니는 봄의 밤거리에서, 헌책의 신이 강림한 여름의 헌책시장에서, 공중부양을 하는 대학생과 괴팍왕이 휘젓는 가을의 대학축제에서, 감기로 자리보전한 겨울날 꿈속에서, 그녀와의 ‘우연한’ 만남을 끊임없이 만들었다. “뭐, 어쩌다 지나가던 길이었어”라는 대사를 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반복하는 내게 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선배, 또 만났네요!”
헌책시장을 방황하던 그녀가 한 권의 책을 발견하고 의욕적으로 손을 뻗는다. 그곳으로 뻗어오는 또 하나의 손. 그녀가 얼굴을 들면 그곳에 내가 서 있다. 나는 신사적으로 그 책을 그녀에게 양보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녀는 예의바르게 감사 인사를 할 것이다. 그 뒤는 하늘이 나에게 내려준 기지를 발휘하여 손쉽게 풀어나가면 된다. 그 끝에 있는 건 검은 머리의 아가씨와 함께 걸어가는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 아무리 생각해도 나무랄 데 없이 깔끔한 계획이었다. 한없이 달려 나가는 상상 속의 로맨틱 엔진을 멈출 수가 없어서 결국 나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나머지 코피를 내뿜었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이 화상아!
남쪽을 바라본 나는 숨을 삼켰습니다.
어둡고 좁은 본토초의 남쪽에서 꺽다리 전차 같은 것이 찬란한 빛을 뿜으며 이쪽을 향해 오는 겁니다. 그것은 에이잔전차를 쌓아 올려놓은 것 같은 3층짜리 특이한 전차였는데, 지붕에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었습니다.
진홍색으로 칠한 차체는 번쩍번쩍 빛을 냈고 차체의 모서리에는 여기저기 램프가 매달렸습니다. 긴 장대에 매달려 색색가지 빛을 발하는 깃발들, 작은 종이잉어, 목욕탕의 커다란 노렌 등이 차체 옆에서 만국기처럼 나부꼈습니다. 나는 한순간 도도 씨의 일이고 뭐고 다 잊고 어두운 밤을 밀어내듯이 다가오는 그 마법의 상자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인기척이 끊긴 어두워진 본토초지만 그 전차가 지나가는 부근만큼은 축제 때처럼 밝았습니다. 하지만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