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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폭설 외](/img_thumb2/9791160261776.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60261776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0-06-30
책 소개
목차
펴내는 말 김채원_ 깊은 골짜기 등불 향하는 마음으로
추모글 1 이제하_ 천품의 감성, 바다의 정한(情恨)
추모글 2 서영은_ 지나갈 어느 날
추모글 3 문정희_ 표류하는 섬에서 만난 우수의 여자
폭설
잠과 꿈
작품 해설 권영민_ 부유하는 삶 또는 사랑
작가 사진
추모글 4 조인현_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추모글 5 조인환_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작가 연보
저자소개
책속에서
진주는 문득 뻗어 있는 이 길 끝까지 달려가 대륙의 저쪽 끝에 파도치는 바다까지 가볼까 생각했다. 그곳은 지금 한여름 철로 열대식물이 우거지고 파인애플 같은 달이 둥글고 맛있게 떠 있을까. 진주는 가끔씩 이런 종류의 판타지를 보고는 했다. 불이 환히 켜진 대륙 횡단 버스 같은 것을 타고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흔들려 가는 것. 책임 없이 생각 없이 그렇게 끝까지 실려 가보는 것. 그러나 진주는 이 대륙에서는 뉴욕 외에 아무 데도 알지 못하고, 또 가장 쓸쓸한 것은 그렇게 가봐도 별수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 아침 진주는 길을 가다가 ‘진주’ 하고 부르는 그 특별한 억양의 기의 목소리를 듣고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곧 그가 이 세상에는 아무 데도 없음을 깨달았다.
언제나 기대했던 일은 이렇게 되고 말아, 혜기는 흐르는 물에 손을 놓고 오늘을 기다려왔던 자기를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기쁜 일이 생기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 내 인생은 늘 같은 빛깔이야, 미인 대회에서 왕관을 쓴 여자들은 웃으면서도 눈물을 흘렸었다. 눈물이 날 만큼 기뻐 죽을 일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