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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60401677
· 쪽수 : 492쪽
· 출판일 : 2018-06-15
책 소개
목차
리뷰
책속에서
안세이 4년인 1857년에 가와치노쿠니 이시카와 군 아카사카 촌 아자 스이분에 사는 농사꾼 기도 헤이지의 큰아들로 태어난 기도 구마타로는 마음 여리고 굼뜬 아이였는데, 자라면서 대책 없이 난폭해지더니 메이지 20년인 1887년에는 음주, 노름, 여자 때문에 신세를 망쳐 완전히 무뢰한이 되고 말았다. 서른 번째 생일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렵이다.
부모로부터 사랑을 흠뻑 받고 자랐는데 어찌 그리되고 말았을까?
그래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눈앞에서 불꽃이 튀고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구마타로의 머릿속에 초간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초간장이 담긴 작은 유리병이 숲속을 질주한다. 하나가 아니다. 몇 백 개나 되는 유리병이다. 그 수많은 초간장이 든 유리병이 허공으로 떠올라 숲을 질주한다. 숲에는 나무가 빽빽하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던 초간장 병은 당연히 나무에 부딪혀 박살난다. 깨진 유리는 달빛에 반짝이며 풀숲을 기어 다니는 어둠 같은 숲의 바닥에 떨어진다. 그리고 주위에는 새콤달콤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냄새는 사방으로 퍼지고 아직 깨지지 않은 유리병은 냄새 속을 다시 질주하다가 이내 나무에 부딪혀 깨지며 반짝반짝 빛난다. 내용물이 초간장이라 나무에 부딪혀 깨지면 끈적거린다. 나무도 기분 나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비가 내려 이 끈적거리는 걸 씻어내지 않으려나? 끈적끈적 기분 나쁘다. 그렇지만 비는 결코 내리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하는 구마타로의 손이 피로 끈적거렸다.
화가 치민 나머지 두뇌회로가 끊어진 구마타로의 머릿속에서는 초간장이 든 몇 백 개나 되는 유리병이 숲을 질주하다가 나무에 부딪혀 깨지고 부서졌다. 하지만 실제로 구마타로는 팔꿈치에 얻어맞은 순간 반사적으로 입을 멍하니 벌린 농사꾼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그리고 농사꾼의 코에서 주르륵 흘러나온 새빨간 피가 주먹에 묻어 끈적거린다는 사실을 깨닫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