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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0871500
· 쪽수 : 381쪽
· 출판일 : 2025-11-20
책 소개
목차
발간사_수필과 평설, 그 아름다운 조화
1부 엄정하고도 아름다운
김애자 「하현달 아래서」_엄정하고도 아름다운
정태헌 「푸른 비망록」_인연, 투명하고도 푸른 흔적
조헌 「눈물, 그 소중한 기능」_눈물은 영혼의 언어
이경은 「바깥」_바깥에 대한 전복적 시선
황진숙 「포구에서」_껍데기를 벗고 순정한 자아로
이명지 「성당 가는 길」_이토록 유쾌한 자기 긍정
노혜숙 「적막이 풍경이 될 때」_광장이 일류가 되는 날
송명화 「뿌리혹」_탄탄한 중층구조와 연민의 치유시학
송혜영 「사라지는 사람들」_사라지는 사랑의 붐빔을 걱정하다
박태선 「두모가치」_아버지라는 책
고경서(경숙) 「회광반조(回光返照)」_슬픔의 환치
2부 빗장을 풀고 존재로 나아가기
강현자 「대문 즘 열어 봐유」_빗장을 풀고 존재로 나아가기
백송자 「소대(燒臺)」_소대, 죽음에 대한 원형상징의 공간
손봉호 「보일러 속이기」_명징하면서 유쾌한
최윤정 「별안간」_‘별의 안간’에는 사랑의 꽃이 핀다
김백윤 「아내의 바다」_삶으로 빚어진 글
신금철 「소반다듬이」_전략적 상상으로 해석하고 문장의 신비로 형상화
김진숙 「중독 유감」_중독의 패러다임에 관하여
이승애 「요변(窯變)」_변화를 받아들이는 일
홍재숙 「마음이 눈을 만나 뛰어나오고」_눈〔雪〕의 표정은 이중적이다
이명진 「미여지뱅듸」_슬픔에 대한 예의
권순이 「손끝에 혼을 담다」_예와 정성으로 몸을 가리다
3부 도시적 풍물의 ‘사이’론
김철희 「모탕의 시간」_볼품없는 존재에 대한 경의
조재형 「묘한 이야기」_뜻밖의 정경, 고양이와의 시적(詩的) 조우
이혜연 「거품 실종 신고」_통섭하면 보이는 새로운 세계
최운숙 「획을 새기다」_살아냄으로써 용서하기
이재헌 「불이 꺼지지 않는 방」_‘불이 꺼지지 않는 방’, 사랑의 메타포
김정애 「고목과 나비」_‘아하 모먼트’의 발견과 전이 시학의 전개
권경자 「깨진 유리창론」_친밀하게 바라보는 사물은 그 시선에 응답한다
박소윤 「사이, 그 사이」_도시적 풍물의 ‘사이’론(論)
강표성 「초록을 품다」_초록으로 이루는 영혼의 광합성
김은숙 「그랴」_말은 마음을 담은 기호
임이송 「인간의 얼룩」_얼룩과 무늬의 상호적 탄생
4부 권태, 그 현대적 불안
김귀선 「기다리다 못하여서」_닫힌 문 앞의 삶을 기억하다
이신애 「빨래 널기」_초기화할 수 없는 기억
윤성근 「권태 vs 권태」_권태, 그 현대적 불안
김경혜 「남편의 방」_부부, 역할과 존재의 관계
이춘희(봄희) 「섬에 들다」_나의 이름을 찾아서
김종희 「바닥, 그 깊은 언어」_언어, 사유를 이끄는 변환의 에너지
노상비 「푸른 슬픔」_후회 없는 삶에 바치는 푸른 송가(頌歌)
이호윤 「로고스의 물임을」_로고스의 물, 인간과 우주의 존재 원리
정옥순 「오늘도 봄동」_날것에서 숙성으로
장은경 「달의 뒷면」_종도 안 쳤는데 내게 온 빛
임미옥 「그해 눈 오던 날」_고백 없는 길에 대한 그리움
5부 막장에 피는 꽃
김정화 「막장」_일제의 잔재, 막장에 피는 꽃
임병미 「물방울이 튄다」_‘엄마’라는 존재를 생각하다
전미란 「압구정 전단지」_불온한 삶을 챙기다
김정태 「감꽃 핀 자리」_자연에서 찾은 생(生)의 시원(始原)
추선희 「율원에 산다」_무용(無用)함을 예찬한다
김미경 「고흐의 별, 나선은하 M51a」_별, 경이로운 예술의 시원(始原)
이난영 「박물관에 안긴 어머니」_회광(回光)하여 반조(返照)하는 사랑
황혜란 「진혼굿」_울음으로 완성되는 공감의 장(場)
강길수 「어떤 연」_자연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연
박지니 「막걸리 한 잔」_반추하는 술의 모멘텀
임승주 「꽉」_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여정
편집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육체가 노쇠해지면 지나간 날들을 그리워하게 된다.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시간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할 일 없이 적막한 일상에 갇히면 궁핍으로 얼룩졌어도, 배신과 화해의 경계에서 골머리를 앓게 했던 사건들마저도 그리움으로 윤색된다. 별것 아닌 사소한 것들조차 그리움의 너울을 쓰고 웅얼거림으로 다가온다.
아내와 청소를 마치면 커피 타임으로 들어간다. 아내가 타준 커피를 마시는 그는 늙은 아내가 눈부처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밥상 차려주는 아내는 중력과 인력의 법칙 안에서 존재하는 80억 인구 중에서 만난 사람이고, 가장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사이다. 아내 역시 남편이 눈부처다. 그가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삼시세끼 밥상을 차리겠는가.
김애자의 「하현달 아래서」는 노년의 시간을 ‘하현달 아래’라는 아름다운 공간적 이미지로 전이시켜, 달관에 이른 노년 풍경을 완성한다. “그이는 하현달 아래서 생의 층계를 내려가고 있다.” 첫 문장은 하현달의 희미한 빛 아래 생의 층계를 내려가고 있는 그이의 이미지를 통해 몽환적인 장면을 그려낸다. 인생의 밤에 접어들었으나 달빛이 감싸고 있으므로, 밤과 ‘하현달’ ‘아래’ ‘내려가다’로 중첩된 하강의 강도가 묽어진다. 이 느낌은 이어지는 문장 “천천히 가벼운 걸음으로 내려가고 있다.”에서 확고해진다. 내려가고 있지만 서글프지 않고, 억울함이나 미련, 노욕에서 자유로운 것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나무들이 열매와 잎을 땅으로 내려보내듯, 다 털어내 가벼워진 상태인 것이다.
“못 가십니다. 보호자 없이는 여행을….”
언젠가 듣도록 운명 지어진 말이다. 그때가 바로 지금이란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조금 빠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는데 서둘러 오셨군 싶었다. 창피한 마음과 서글픔이 스쳐 지나갔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쉽지 않았다. 가면이 잘 써지질 않아 버둥거리다가, 그레고르 잠자의 버둥대는 팔다리가 떠올랐다. 가슴에 고인 수액이 사방으로 빠져나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