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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8671188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3-11-01
책 소개
목차
권민정 제주의 색 11 / 4·3 평화공원에서 16 / 팽나무가 있는 연못가 22 / 비양도 27 / 따라비 오름에 올라 31
권태숙 제주 단상 37 / 이제는 너희 차례야 40 / 그때 무모했지만 46 / 제주에 부는 바람 51
김경혜 할머니의 젖은 손 59 / 살아가라, 눈부실 날들이여 64
김희재 이상하고 아름다운 케렌시아 Querencia 71 / 속 썩은 매화 梅花 79 /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사이지만 85 / 쇠소깍 91
박찬정 어느 해 늦가을 99 / 제주를 걷다 104
손진숙 탐나라 공화국에 다녀와서 111 / 음식, 제주 115
심규호 고사리 121 / 납읍에서 126 / 제주 사물 四物 136 / 화북동 ‘시가 있는 등대길’ 유감 143
이경은 김녕 바다, 속울음의 꽃이 피다 151 / 바람이 걸어오다 157 / 안개 속을 헤매는 것은 164 / 아부 오름의 숨결 170 / 막연한 불안 174
이용옥 다 좋다 183 / 우공과 선달 188 / 액자 속 두 남자 195 / 꽃이 보고 싶었네 200
전용희 동문시장에서는 그리움의 냄새가 난다 207 / 거기 있더라Ⅰ 213 / 거기 있더라Ⅱ 219
한혜경 정원에서 유영하다 227 / 풍경 너머 233 / 순이삼촌과 강정심과 그리고… 237
저자소개
책속에서
프롤로그
올해 초 《계간수필》로 등단한 열한 명의 작가들이 바람처럼 제주를 다녀갔다. 그윽한 정원과 상상력이 넘치는 공간을 거쳐 크고 작은 오름과 4·3의 아픈 들녘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성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그린 그림 앞에서 잠시 머물기도 했고, 더 갈 곳 없는 바다의 끝에서 누구는 울음을 터뜨리고, 또 누구는 푸른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서로 떠나온 곳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제 그 기억을 되살려 바람이 걸어오는 제주를 그렸다. 한순간도 세상이 같지 않음을 실감하지만, 그래도 혹시 멈춘 바람이 있으면 좋겠다.
에필로그
우리의 제주 여정은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며 상처와 아픔을 응시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11개의 색채와 모양으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제주의 바람이 더 이상 휘몰아치지 말고
고요히 걸어와 우리 곁에서 함께 걸어가기를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를 부드럽게 감싸며
살아갈 수 있다고 나직하게 위무하기를
우리의 글도 누군가에게 격려와 위안이 되기를.
제주의 바람과 우리의 바람이 만난다.
제주의 바람은 사람을 부른다. 지인의 딸은 초등학교 교사다. 편한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의 조그만 학교로 옮겼다. 오랜 친구는 퇴임하고 한 달 살기를 하러 왔다가 집을 샀다.
내가 제주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난다. 1989년 8월,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 맨 먼저, 하늘 속으로 높이 솟은 야자수가 먼 이국에 온 듯 설렘을 주었다. 서울처럼 끈적한 바람이 아닌 훈훈하고 고슬한 바람, 옥빛으로 빛나던 바다, 낯설어 반가운 식물들, 푸근한 오름.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며 나의 최애 땅이 되었다.
제주에 부는 바람은 그냥 스러지지 않는다. 손짓을 한다, 머얼리 육지를 향해. 제주가 있다고, 제주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