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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61110219
· 쪽수 : 346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6
본문 11
감사의 말 344
책속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조차 내 눈에 서린 빛을, 앞길을 가로막는 그 빛을 이해하지 못한다. 절망은 항상 흐리멍덩한 것으로 묘사되곤 하는데, 실은 절망에도 나름의 빛이 있다. 그것은 마치 달빛 같은, 얼룩덜룩한 은빛이다.
글자를 쓸 수 있게 되면서, 나는 어머니에게 긴급히 전할 말을 쪽지에 적어(“잠이 안 와요. 꼭 엄마랑 이야기를 해야 돼요. 몇 분이면 돼요, 약속해요.”), 어머니가 나올 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방문 밑에 밀어넣기 시작했다.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밤잠을 설치곤 했다. 자정이 훌쩍 넘을 때까지 불안에 뻣뻣해진 몸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일이 많았다. 나는 정말로 치명적인 공포 상태에서 세상을 살아갔다. 학교에 대해, 친구들에 대해, 형제들에 대해, 선생님들에 대해, 렉싱턴 애비뉴의 버스에 대해, 내가 받아들여질 것인지 여부에 대해, 외톨이가 되는 것에 대해 걱정했다. 아주 잠깐이라도 어머니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가 그렇게 불면증에 시달리던 시기에 찾아왔고, 바로 그 점 때문에 더 자주 불면증이 생겼을 것이다.
우울증의 가장 견딜 수 없는 점은 삶의 모든 영역에 침범해, 현재는 물론이고 과거와 미래까지 뒤덮으며 자신의 필연성을 주장한다는 사실이다. 심한 우울증의 고요한 공포는 한번 경험한 이상 절대 완전히 지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약물과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는 필사적 노력에 밀려 일시적으로 잠잠해진 채 배후에 숨어 재진입을 노리고, 좀 더 가벼운 사안들이 사고 전면에 나와 있을 때조차 머릿속에 도사리고 앉아 제 존재를 알리고, 의식을 끝없이 당겨댐으로써 현재 속에 안식하지 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