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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현대철학 > 현대철학 일반
· ISBN : 9791162203132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18-03-2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발터 벤야민과 사진의 탄생_에스터 레슬리 07
사진의 작은 역사(1931) 77
화보 신문은 무죄!(1925) 151
그레테 콘에게(1927년 10월 16일) 159
꽃들의 새로움(1928) 169
거울 속의 도시-작가들과 화가들이 ‘세계의 수도’ 파리에 바치는 사랑의 고백들(1929) 187
성곽(1932~1934년경) 205
지젤 프로인트의 『19세기 프랑스 사진-사회학적.미학적 고찰』에 대한 서평(1938) 219
감사의 글 229
사진 출처 230
옮긴이 해제 231
리뷰
책속에서
복제 기술(예컨대 사진)은 휴머니티에 도전하면서 기술과 자연과 사회의 역기능적 관계(인간을 소품으로 전락시키는 관계)를 가시화한다. 인간의 소품화 경험은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공산당 선언』(1848)에서 말하는 노동 계급의 경험(“기계 부품”이 되는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유복한 가정에서 잡동사니 소품으로 빽빽이 채워진 거실의 진갈색 협탁 위에 장식으로 올려놓는 무거운 사진 앨범에 들어갈 자존감 증진용 사진을 제공하는 상업 사진의 세계에서는 인간이 곧 소품이다.
벤야민의 유년기는 사진을 접하는 좀 더 대중적인 통로, 곧 화보 신문이 출현한 때이기도 했다. 관련 기술이 급속히 발전한 덕분이었다.… 표지의 그림 이미지는 곧 사진 이미지로 바뀌었고, 1901년부터는 내지에도 사진이 실렸다. 보도 사진이 여기서 시작되었고, 사진 기자, 사진 사서라는 직업도 여기서 시작되었다.
_ 「머리말―발터 벤야민과 사진의 탄생」
사진은 객관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화가처럼 대상을 주관적으로 미화하거나 기량 부족이나 기벽 탓에 대상을 왜곡할 위험이 없다는 뜻이다. 기계적 공정으로서의 사진은 세계와 모종의 직접적, 반영적 관계에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세계를 객관적으로 보여 주겠다는 약속이다.…
그렇지만 이 객관은 때로 미끼로 전락할 수 있다. 벤야민에 따르면, 사진이 사회의 실상 내지 진실을 전달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사진이 진실을 전달하는 순간도 있고 사진이 거짓을 폭로하는 순간도 있지만, 사진이 피사체의 유의미한 면을 전혀 포착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다. 사진 기술에는 표층을 충실히 전달하는 능력이 있는데, 표층은 심층과 다를 수도 있고 심층을 감추고 있을 수도 있다.
_ 「머리말―발터 벤야민과 사진의 탄생」
사진은 사회 작용들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사회 작용들의 원인이기도 한, 획기적인 그 무엇이다. 예술이 스스로의 사후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신학으로 허둥지둥 뒷걸음질 친 것은 사진 때문이다. 새로운 소재/피사체subjects를 재현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도 사진이고, 리얼리즘과 현실의 문제, 표층과 심층의 문제를 제기한 것도 사진이다. 가치를 묻는 질문(가격이 얼마냐, 예술적 가치가 얼마나 있느냐)을 하게 만든 것도 사진이고 수용자(갤러리에 가서 시지각 문화를 관람하는 수용자가 아닌, 매체에 동화된 수용자)와 새로운 관계를 맺은 것도 사진이다.… 사진이 삶의 일부가 되었을 때 삶은 변하고 있었고, 벤야민은 삶이 더 변할 수 있다는 데 내기를 걸었다.… 사진은 현재의 순간을 찍는데 사진에 찍힌 현재는 사진에 찍힌 순간부터 과거가 되기 시작한다는 것, 이것이 사진의 이상한 변증법이다. 아무리 새로운 순간도 사진에 찍히면 역사적 기록이 된다는 것, 이것이 사진의 운명이다. 현재라는 한순간의 이미지는 역사를 통해 극복될 수 있고, 사진은 기억의 부속물이 될 수 있다. 모더니티의 시대는 기술력에 의지하지 않는 기억을 생각할 수 없는 시대, 기억이 역사 기록자로서의 역할을 기술력에게 빼앗긴 듯한 시대다.… 사진과 영화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를 결정한 것은 전통이 아니라 사진과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었다. 사진과 영화가 현대 생활의 필요 불가결한 일부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사진과 영화가 우리 상상을 좌우하게 되었다는 말은 사진과 영화가 우리 내면의 일부가 되었다는 뜻일 뿐이다. _ 「머리말―발터 벤야민과 사진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