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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2850855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1-07-14
책 소개
목차
새 옷을 입으며 4
물 긷는 소리를 닮고 싶다 6
1부
탁 깨우는 한 구절 13
눈의 식량, 귀의 식량 15
돌과 사귀기 18
논어를 권함 24
물 긷는 소리 27
밤에 물소리를 듣고 초서가 아름다워졌다 30
취미는 적적해지는 것 35
햇빛의 일 42
내가 사랑하는 장소, 골짜기의 백합 46
나는 빨리 늙고 싶다 52
음악 속에 있는 고요에 닿기 위하여 56
나무라는 종교 59
간이역은 일상을 기다린다 63
보랏빛 구절초 앞에 앉아보는 일 70
2부
대를 심는 일 75
초승달 아래 우리들의 주소지 79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로 쓴 글 86
고향에만 있는, 낮은 한가위 달 90
소중한 나의 스승 95
유자나무 가지러 곧 영동에 가야 한다 102
모과 향기 속 110
겸손의 간단명료 114
인왕제색 하였으나 123
조그만 집 짓기 130
어느 비 오는 밤 현동 용슬재에서 있었던 일 140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148
비유, 카메라 157
어둠에 새긴다 167
3부
음의 물 위에 배를 띄우고 173
가을의 병을 낫게 하는 것 178
옛 한옥에서 아를의 여인을 듣다 185
겨울에 혼자서 들어야 하는 비창 190
외로움의 품격 195
찬 물소리 속 겨울 나그네 200
모든 음악의 땔감이자 저수지 206
사철나무와 상추 210
인간의 운명과 신에 대한 엄숙 214
풍죽의 브람스 218
집수리 음악 223
사랑하는 것은 모두 멀리 있다 22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여름 저녁 마당에 자리를 편다. 새우젓에 호박국을 끓여놓고 잠시 밥상에 없는 식구들을 생각할 때 조용히 젖어드는 저녁별을 보게 될 것이다. 여름 한철 무성한 자연의 질서 속에도 이미 이별이 있고 울음이 있다. 꽃이 피고 지는 속도도 있다. 인간은 그것을 너무 일찌감치 깨닫는 짐승이라 서글픈 거다. 그래서 한 숟가락의 밥을 떠먹고 한 번 겸손해지고, 한 숟가락의 국을 떠먹고 또 한 번 겸손해지는 거다.
_<눈의 식량, 귀의 식량> 중에서
내가 사랑하는 장소가 한 군데 있다. 사랑하는 장소라고 하면 유명한 장소일 수는 없다. 남들도 다 아는, 가령 어느 다정스럽게 생긴 조그마한 공원 광장 같은 데를 좋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데를 사랑하는 장소라고 말하기에는 좀 저어되는 바 없지 않다. 사랑이란 것은 어느 만큼 비밀스러운 무엇 없이는 싱거운 물건인 듯하다. 나만이 아껴서 간직한 무엇이 있어야 비로소 사랑할 수 있을 듯싶다.
_<내가 사랑하는 장소, 골짜기의 백합> 중에서